영화 보는 중(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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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 후기: 사운드 오브 헤븐
2인조 그룹 락밴드의 드러머 '루벤(리즈 아메드 분)'.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병원에 가보니 청력의 25%밖에 남지 않았다고. 락 콘서트장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벗어나서 지내야 한다고 한다. 인생의 전부인 음악을 반강제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런 그를 청각 장애인들의 커뮤니티 센터에 남겨두고 온 밴드의 보컬이자 여자 친구 '루(올리비아 쿡 분)'. 둘은 서로를 기다리며 다시 만나길 기약하고 헤어지게 된다. '갑자기 청력을 잃은 뮤지션'이라는 소재에서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위기 극복 신화가 먼저 연상될 수도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은 그런 류의 이야기를 지양한다. 좋은 영화일수록 관객을 이해시키기보다는 그 자체로서의 체험을 선사하기 마련. '사운드 오브 메탈'은 루벤이 느끼는 ..
2021.05.09 -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후기: 자나 깨나 산불+킬러 조심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 '윈드 리버'의 각본+연출을 맡았던 테일러 쉐리던. 그가 새롭게 들고 온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하 내가..)'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테일러 쉐리던의 작품은 멕시코 국경의 황량함(예:시카리오), 황폐화된 텍사스 풍경(예: 로스트 인 더스트), 설원으로 내몰린 인디언 거주지(예: 윈드리버) 등, 영화 속 풍경이 또 다른 등장인물처럼 저마다의 캐릭터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영화의 배경은 '내가..'는 화마로 뒤덮인 삼림지대. 극 중 인물에게 트라우마를 제공하기도, 해소시켜주기도 하는 공간이다.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소방관 역의 앤젤리나 졸리. 영화 전체의 핵심 주제를 간직한 중요한 역할이지만, 깊이감이 없는 그녀의 연기력..
2021.05.07 -
넷플릭스 애니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후기: 세상의 끝에서 가족을 외치다
가족, 아무렇지 않게 상처 주면서 사랑으로 보듬는 관계. 항상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고, 떨어져야 그리워하는 참 복잡한 사이다.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공개된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이런 가족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디즈니의 픽사 스튜디오가 독점하다시피 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만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무려 '인크레더블 2', '주먹왕 랄프 2', '미래의 미라이', '개들의 섬'을 제치고 수상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전작처럼 CG로 구현한 3D 화면 위에 2D로 표현하는 장면이 곳곳에 보..
2021.05.06 -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 그 시절 첫사랑의 향수
첫사랑, 돌아오지 않는 그때 그 시절의 몽글몽글함. 대만의 청춘 로맨스물은 이런 감정을 영화로 잘 표현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 소설의 작가가 각본, 투자, 감독까지 맡았다. 특히 자신의 학창 시절을 소설로 쓴 자전적 작품이기에 영화 속 커징텅(가진동 분)의 성격, 행동, 말투 등이 감독 그 자체라고. 연출을 전문적으로 배운 감독이 아니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질은 완성도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영화 곳곳에 편집, 촬영 등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감독의 철없던 시절을 연출해서인지 영화 자체도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풋풋함 그 자체. 그래도 결말부의 플래시백은 90분간 쌓은 서투른 감정선들을 다시 복기시키면서 첫사랑의 감정을 불..
2021.05.05 -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후기: 그들의 혁명은 여전히 진행중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1960년대 흑표당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영화다. 온갖 권모술수로 악명 높은 FBI 국장 J. 에드가 후버의 정치공작으로 희생당한 블랙 메시아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 분)'. FBI가 흑표당에 심은 밀정 유다 '빌 오닐(라 케이스 스탠필드 분)'. 실화가 주는 힘은 다른 이야기보다 확실히 강하다. 특히 안타깝게 희생당한 경우라면 더더욱. 하지만 작중 프레드 햄프턴의 위세는 '블랙 메시아'라고 묘사하기에는 많이 모자라고, 빌 오닐의 배신도 '유다'라고 하기에는 임팩트가 없다. 영화의 전체적 양상도 우리에겐 일제 독립운동(예: 밀정), 민주화 운동(예: 1987)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의 연출력도 기존의 전기 영화의 작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니엘 칼루야의 작중 연..
2021.05.02 -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후기: 애론 소킨의 티키타카가 살아있는 '미국의 그때 그 시절'
어 퓨 굿 맨, 웨스트 윙, 뉴스룸,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등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극작가로 꼽히는 애론 소킨의 두 번째 연출작(참고로 입봉작은 '몰리스 게임')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하 시카고 7)'. '시카고에서 잡힌 7명의 재판' 정도로 직역이 될 이 영화는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사건을 다루는 실화극. 1960년대 후반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시위가 극에 달하던 시기. 각종 청년단체, 히피, 그리고 블랙 팬서당 등의 행보가 맘에 안 들어 정부는 그들의 리더들을 깡그리 묶어 기소한다. 시기가 비슷한 영화 '변호인'에서의 한국 정부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민주주의의 큰 형님 격인 미국도 별반 다를 게 없었구나 싶다. 상술한 애론 소킨의 다른 작품들처럼, 영화 '시카고 7'..
2021.05.01 -
영화 '더 스파이' 후기: 끝까지 '운반원'이어야 했던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새로운 영화 '더 스파이'의 원제는 'The Courier'. 직역하면 '배달원', '운반원'이다. 아마 국내 수입과정에서 '더 커리어' 보다는 임팩트 있는 '더 스파이'로 바꾸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더 커리어(배달원)'이어야 했던 영국인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 '더 스파이'는 '007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스파이 액션물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에스피오나지 장르물도 아닌, '드라마'에 집중한다. 약간의 스릴감을 연출하긴 했지만 첩보 스릴러라고 하기엔 강도가 약하다. 드라마틱한 사건도 딱히 없다. 냉전시대에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응원했던 영국의 사업가와 소련의 첩자 간의 우정만 남을 뿐. 두 남자의 드라마에 감화된다면 좋은 영화로 느낄수 있겠지만, 생각..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