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중(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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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영화 '헤이트풀 8' 후기: 끝장나는 원더풀 8
눈보라 휘몰아치며 폭설이 내리는 어느 날, 남북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미국 어느 곳. 죄수를 이송 중인 사형집행인과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고, 눈보라를 피해 산속 잡화점(=산장, 휴게소)으로 들어간다. 각자 사연을 가진 8명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게 되고, 한 사람씩 비밀이 밝혀지면서 타란티노의 영화 '헤이트풀 8'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하면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킬빌' 때문에 무자비한 복수극, 핏빛 액션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많다. 사실 '킬빌'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타란티노'답지 않은 영화다. 타란티노는 특유의 B급 감성(펄프 픽션) 그리고 재기 발랄한 입담(저수지의 개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그리고 종반부에 폭발하는 인물들의..
2021.03.27 -
몬스터버스 영화 '고질라 VS. 콩' 후기: 천조국 블록버스터의 미덕
타이탄 종의 챔피언 결정전. 무지막지한 크기와 괴력을 자랑하는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두 괴수가 드디어 60여 년 만에 다시 맞붙었다. 영화 '고질라 VS. 콩'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몬스터버스의 고질병(빈약한 인간 서사, 괴수의 적은 출현)을 최대한 줄이고 화끈한 결투신을 4번에 걸쳐서 보여준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로 지친 요즘, 오랜만에 화끈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미덕을 아낌없이 펼친다. 몬스터 버스의 영화는 총 4편이며, 이 영화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세 편을 사전에 보는 게 가장 좋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영화를 다 챙겨 보자니 부담스럽고, 고질라와 콩의 결전을 당장 보고 싶다면 고질라 VS. 콩: '몬스터버스' 타임 라인 정리..
2021.03.25 -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스나이더 컷)' 후기: 조금 더 다듬어졌을 뿐
DC에서 갈고닦아 재 공급한 '저스티스 리그'의 새로운 버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하 스나이더 컷)'가 새롭게 공개됐다. 많은 이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스나이더 컷'. 사전 공개된 정보들만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극장판과 스나이더 컷의 등장인물들, 메인 빌런, 설정들의 차이가 확연했다. 특히 다크사이드의 '반생명 방정식', 마샨 맨헌터, 아톰, 그린 랜턴 등의 기존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장 4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스나이더 컷은 조금 더 다듬어져 매끄러워진 '저스티스 리그' 극장판을 재관람한 느낌이다. 영화 제작 중 안타까운 개인 사정으로 중도하차하게 된 잭 스나이더. DC는 절반 넘게 진행..
2021.03.19 -
영화 '소오강호(1990)' 후기: 비정한 강호, 애달픈 소오강호곡
사조삼부곡(소위 영웅문 3부작)으로 유명한 김용의 작품들은 그의 초기 작품에 해당된다. 김용은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 후반에 다다를수록 최고라고 말한 바 있다. 그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소오강호'. 한국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연걸, 임청하 주연의 '동방불패(1992)'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동방불패는 원작 '소오강호'에 나오는 한 챕터 정도 분량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의천검과 도룡도라는 무림기보 쟁탈전을 벌였던 '의천도룡기', 구음진경을 둘러싼 비극을 그린 '사조영웅전'. 이번 소오강호의 비극의 씨앗은 '규화보전'이다. 이 규화보전은 김용의 세계관에 나오는 절대무공들 중에서 가장 사악하기로 손꼽힌다. 이유는 남성이 규화보전을 온전히 익히려면 거세해야 하기 때문. 자신의 가장 소중..
2021.03.14 -
영화 '퍼시픽 림' 후기: 거대 로봇물에 대한 오마주
괴수들에 의해 전 지구가 위기에 봉착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괴수들인 '카이주'들에 맞서기 위해 인류는 거대 로봇인 '예거'를 만들어 대항한다. 성공한 덕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괴수물과 메카물을 오마주해 실사영화 '퍼시픽 림'으로 만들어 2013년에 선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들의 지구 침공. 후레시맨, 바이오맨 등의 전대물, 울트라맨 시리즈, 지구용사 선가드, 우주 용사 다간 등의 용자물 시리즈, 그리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마징가 Z 시리즈까지. 일본 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전부터 일본 콘텐츠인지 모르고 자란 세대들에게 익숙한 플롯이다. 우리는 그렇게 지구방위대와 괴수들(혹은 외계인) 간의 싸움을 보면서 열광했고, 마블 시리즈의 어벤져스까지 치면 지금까지도 전세대를 아우르며..
2021.03.12 -
몬스터버스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후기: 내 편이라 다행인 '고질라'
본격 지구방위대로 등장했던 영화 '고질라(2014)'의 속편이자, 몬스터버스의 3번째 영화, 양덕들이 만든 진정한 괴수물 영화를 준비했다. 등장하는 괴수들이 어림잡아 10마리나 되는 엄청난 스케일의 본격 괴수물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이하 고질라 2)'다. 몬스터버스를 이루는 두 개의 주축인 '킹콩'과 '고질라'. 이 두 캐릭터의 판권은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일본의 토호가 각각 갖고 있다. 몬스터버스는 워너 브라더스 ×레전더리 픽쳐스에서 준비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 즉 없는 판권을 큰돈 주고 다시 큰돈 들여서 제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정도 정성을 들여서 만든 영화라면 영화의 퀄리티도 좋아야 하는데, 몬스터버스의 영화들이 하나같이 그러질 못하다는 게 참 안타깝다. 발달한 CG 기술 덕..
2021.03.11 -
몬스터버스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후기: 그럭저럭 볼만 한 양산품 '콩'
금발의 미녀를 손에 쥐고 고층빌딩에 매달리면서 포효를 지르던 킹콩. 그가 왕으로 군림하는 해골섬을 배경으로 한 몬스터버스의 두 번째 영화를 준비했다. 다가오는 고질라와 킹콩의 빅매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다. 1933년 메리언 C. 쿠퍼의 기념비적인 영화 '킹콩'. 1933년 당시의 특수효과와 스톱모션 기법을 이용한 킹콩의 움직임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특히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복엽기와 다투던 킹콩의 모습은 '킹콩'을 안 본 사람도 알 정도. 이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성공한 덕후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성공시키고 난 후 첫 작품을 '킹콩'의 리메이크로 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킹콩(2005)은 할리우..
202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