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중(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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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후기: 영화 곳곳에 새겨진 드니 빌뇌브의 각인
영화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65년 최초로 출간되어 SF의 하위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아스트레이드' 가문의 몰락과 부흥을 다룬 이 작품은 그 내용이 '스타워즈'나 '왕좌의 게임'과 몹시 흡사하다. 원작 소설 듄이 후대의 작품들에 끼친 영향이 큰 탓이다.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의 작품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작품 특유의 미장센이 살아있고, 한스 짐머가 만든 음악이 계속 뇌리에 꽂힌다. 같은 장르 중 비슷한 포지션의 '스타 워즈 1: 보이지 않는 위험'과 비교한다면, '듄'은 그냥 지나가도 될 법한 장면에도 감독 특유의 각인을 빠짐없이 새겨놓았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마저 입맛대로 ..
2021.10.19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후기: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시리즈 역대급 헌사
007 시리즈의 25번째 영화 '노 타임 투 다이'. 숀 코넬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은 6번째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시리즈 출연 영화다. 작품으로는 '노 타임투 다이' 포함 5편밖에 안되지만, 제임스 본드를 맡은지는 '카지노 로얄(2006)' 이후 15년이나 되어 역대 제임스 본드 중 최장 기간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카지노 로얄에 출연할 당시에는 '007 치고 키가 작다', '스파이보다는 노동자에 어울리는 외모다', '제임스 본드가 금발 일리 없다' 등의 논란이 많았었다. 하지만 역대 제임스 본드 배우중 가장 출중한 연기력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스카이폴'에서 시리즈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유의..
2021.09.29 -
영화 '아임 유어 맨' 후기: 휴머노이드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연애가 가능할까?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그녀(Her)'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주연상)을 수상한 '아임 유어 맨'은 인간의 외양을 한 휴머노이드와의 연애 실험에 참여한 독일 고고학자 '알마'의 이야기를 담는다. 알마의 모든 취향, 과거, 현재의 모습을 반영해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통해서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 잊고 있던 어릴 적 첫사랑의 추억이 나도 모르는 새에 톰에 반영돼있다. 톰은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를 첫사랑의 미래의 모습이다. 영화 속 분위기는 마냥 어둡지도 않고, 메시지도 난해하지 않다. 뻔하게 흘러가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지만, 생각할..
2021.09.09 -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후기: 미국물 먹은 홍콩 영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아시안 히어로를 그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가 드디어 공개됐다. 영화의 모양새는 한창때 성룡의 영화(나이스 가이, 홍번구 등)를 많이 참고한 '미국물 먹은 중국 영화'(중국물 먹은 미국 영화가 아님)로 나왔다. 마블 로고가 찍혀있고, 디즈니에서 배급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미국 영화의 흔적은 '샹치'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액션의 속도감과 타격감이 좋고,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한 액션 설계가 훌륭하다. 버스에서의 1 대 다수의 결투, 건물의 비계를 활용한 아크로바틱 액션에서 성룡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쉽게 연상된다. 특히 샹치가 몇 대씩 얻어맞으면서 아파하는 모습 등에서 성룡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가 떠오른다. '샹치'역을 맡은 시무 리우는 몸을 잘 쓰는 배우..
2021.09.01 -
영화 '코다' 후기: 듣지 못하는 가족에게 전하는 노래, 이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
코다(Children of Deaf Adult), 청각장애인을 부모로 둔 비장애인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아빠, 엄마, 오빠까지 모두 농아인이며, 수화와 언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의 모든 대소사를 도맡아 가족의 대변인으로 살아온 여고생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 듣지 못하는 가족들 앞에서만 노래를 불러왔기에 자신의 음악적 소질을 모르고 살아온 지 수년. 맘속으로만 좋아하는 남자애를 쫓아서 가입하게 된 학교 중창단 선생님의 권유로 버클리 음대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루비는 태어나서 음악이라곤 들어본 적이 없는 부모를 설득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음악을 반대하는 가족의 역경을 이겨내고 대학에 진학한다'라는 류의 영화는 너무도 익숙한 게 사실. 하지만 그 가족이 청각장애인이라면 이야기의 결이 ..
2021.08.17 -
영화 '인질' 후기: 잘 만든 킬링타임용 납치 스릴러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 실제는 아니고, 다행히도 영화 속에서 발생한 일이다. '베테랑', '신세계', '국제시장' 등 흥행작이 숱하게 많은 배우 황정민을 황정민이 연기한 영화 '인질'. 2016년에 국내 개봉했던 중국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배우 '오약보'가 실제로 괴한에게 납치됐던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며, 오약보는 '세이빙 미스터 우'의 수사반장 역으로도 출연했다. 세이빙 미스터 우 대륙의 톱스타 ‘우’는 영화 제작발표회 후경찰을 사칭한 패거리에게 납치당한다.납치범들은 몸값으로 ... movie.naver.com 영화 '인질'은 납치 스릴러 장르물의 단계를 차분히 밟아간다. 영화 속 인질범은 악랄하고, 경찰은 무능하며, 인질은 탈출을 시도한다. 장르물 특..
2021.08.13 -
영화 '프리 가이' 후기: 게임 속 NPC들의 소심한 반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등 게임 속 세상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스펙터클한 영화를 만들기에 딱 좋은 소재인 듯싶다. '데드풀' 이후 떠벌이 주접 캐릭터로 자리 잡은 라이언 레이놀즈, '킬링 이브'의 매력적인 킬러 '빌라넬'의 조디 코머 주연의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NPC(Non Player Character)가 주인공인 영화. NPC는 게임의 원활한 진행과 배경을 위해 같은 행동과 대사를 반복하는 무의미한 캐릭터들을 일컫는 말. 자아가 없으며, 게임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주어진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금붕어에 에 아침 인사를 하고, 같은 종류의 푸른색 셔츠..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