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 01:20ㆍ영화 보는 중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1960년대 흑표당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영화다. 온갖 권모술수로 악명 높은 FBI 국장 J. 에드가 후버의 정치공작으로 희생당한 블랙 메시아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 분)'. FBI가 흑표당에 심은 밀정 유다 '빌 오닐(라 케이스 스탠필드 분)'. 실화가 주는 힘은 다른 이야기보다 확실히 강하다. 특히 안타깝게 희생당한 경우라면 더더욱. 하지만 작중 프레드 햄프턴의 위세는 '블랙 메시아'라고 묘사하기에는 많이 모자라고, 빌 오닐의 배신도 '유다'라고 하기에는 임팩트가 없다. 영화의 전체적 양상도 우리에겐 일제 독립운동(예: 밀정), 민주화 운동(예: 1987)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의 연출력도 기존의 전기 영화의 작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니엘 칼루야의 작중 연설 연기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피부색을 벗어나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 정도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 라케이스 스탠필드의 불안정한 눈빛으로 표현하는 배신자 연기도 훌륭하다.(신세계의 이정재의 연기톤과 비슷한 느낌이 강하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두 주연배우가 2021년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조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는 것. 아카데미는 이 두 배우를 조연으로 판단했다니. 그렇다면 주연배우는 누구란 말인가. 유다에게 배신을 강요하는 FBI 요원 '로이 미첼' 역의 제시 플레먼스 배우라고 하기엔 출연 분량은 '조연'들보다 더 적다. 모종의 이유로 둘 중 한 명을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올리지 않고, 마지못해 둘 다 조연상 후보에 올린 거로 만족하라는 취지라면, 60년대나 2020년에나 인종차별은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60년의 세월이 지나도 흑표당의 혁명은 미완의 상태다. 그것이 영화계든 미국의 실제 사회던 말이다. 미국 배우 조합상 남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작. 오스카 레이스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고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고, 다니엘 칼루야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국 내에 'Hate Asian'의 인종차별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고, 남우조연상 후보와 관련해 별다른 반향이 없는 걸 보면 흑표당의 혁명은 계속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사실감 가득 전기 영화 | ||||
추천 포인트 |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1수상+1후보'의 연기력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무간도, 신세계 같은 느와르 감성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비추천 |
'영화 보는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애니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후기: 세상의 끝에서 가족을 외치다 (0) | 2021.05.06 |
---|---|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 그 시절 첫사랑의 향수 (0) | 2021.05.05 |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후기: 애론 소킨의 티키타카가 살아있는 '미국의 그때 그 시절' (0) | 2021.05.01 |
영화 '더 스파이' 후기: 끝까지 '운반원'이어야 했던 남자 (0) | 202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