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중(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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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셰프' 후기: 영혼을 위한 쿠바샌드위치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영혼을 위한 음식, 영화가 고플 때가 있다. 인생의 성공가도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삐끗할 때.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인생에서, 왜 인지도 모른 채 나락에 떨어질 때. MCU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의 경호원 '해피 호건'이자, 영화 '아이언맨 1, 2'의 감독인 존 파브로의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지친 영혼들을 위한 '쿠바식 샌드위치'를 선사한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모니카의 재벌 남자 친구(UFC에 참가해 불구가 된다..), 벤 에플렉 주연의 영화 '데어데블'에서 '포기 넬슨' 변호사 등. TV,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아온 존 파브로. 그는 크리스마스 영화 '엘프'를 성공리에 연출해서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자 케빈 파이기의 눈에 든다. 존 파브로는 당..
2021.02.21 -
영화 '퍼펙트 케어' 후기: 범죄형 기업의 탄생 과정
옛말에 '눈 뜨고 코 베인다'라고 했다. 절대 공정할 것 같은 '법'이라는 시스템의 허술함을 역이용해, 저항 한번 못하고 나의 사생활, 전재산이 털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 '퍼펙트 케어'는 법적 후견인 제도를 악용해 가족 없는 노인들만 타깃으로 하는 범죄형 기업(기업형 범죄가 아니다)을 다룬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집에서 쓸쓸히 고독사하는 독거노인분들의 문제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동원해 요양시설로 보내는 사회적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그 뜻이야 충분히 좋지만 어떤 법이든 악용하는 놈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영화 '퍼펙트 케어'는 이런 악인을 다루는 '피카레스크'물이다. 주인공들은 보통 착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야 관객들..
2021.02.20 -
신카이 마코토 애니 '날씨의 아이' 후기: 공리주의에 대한 일침
신에게 인간의 희생을 바치는, 인신공양. 지구 상의 인류 역사에서 인신공양이 없어진 것은 불과 몇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인류는 그동안 다수의 행복을 위해,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한 생명의 무게를 아무렇지 않게 희생해왔다. 신카이 마코토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기청제(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제사 의식)의 무녀에 대한 판타지 섞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초속 5cm' 다. 첫사랑의 감정을 3부로 연작 구성한 중편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도시의 풍경, 사물에 대해서는 실사인가 싶을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특성이 있다. 대신 인물 묘사는 전형적인 일본 만화풍보다 조금 더 떨어지는 수준의 그림체를 갖는다. 이 특징들은 그의 이후 작품들..
2021.02.19 -
영화 '러브&드럭스' 후기: 아파도 널 사랑해
'러브&드럭스(이하 러브..)'는 지금도 멋있고 예쁘지만, 10년 전 한창때의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화다. 제목만 보면 '사랑'과 '약'정도로 직역이 가능한 이 영화는 외양만 보면 할리우드의 양산형 로맨틱 코미디 물로 보인다. 특히 영화 초중반까지는 후방 주의해야 할 노출신과 베드신이 나온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선을 긋는 매기(앤 해서웨이 분)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게 좋아 쫓아다니는 제이미(제이크 질렌할 분)의 연애담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진짜 모습은 중반부부터 드러난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나름 진지한 불치병 영화로 변모시키는 데는 제이크 질렌할, 앤 해서웨이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의 힘이 크다. 손떨림 증상+근육 경직 등..
2021.02.18 -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후기: 만듦새가 헐거워 인크레더블하지 못한 헐크
바야흐로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을 했을 때에 이안 감독의 헐크(2003)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영화이기에 속편인 '헐크 2' 인가 착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마블의 영화들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지만, 당시에는 영세한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 불과했다. 이제 막 마블 스튜디오의 첫 번째 영화 '아이언맨'이 대박이 터진 상태였고,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두 번째 주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던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인 '에드워드 노튼'. 특히 이중인격을 연기하는 데에 특화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다양한 작품(프라이멀 피어, 파이트 클럽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락 액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당시에도 특이했고, 수..
2021.02.18 -
주성치 영화 '서유기 : 모험의 시작' 후기: 퇴마물로 해석한 서유기 프리퀄
포스팅의 제목이 '주성치 영화'지만 포스터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다. 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기 때문이다. 주성치 감독의 연출작 영화' 서유기: 모험의 시작(이하 서유항마)'다. 주성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중국 영화 중 '서유쌍기(월광보합+선리기연)' 2부작을 명작으로 꼽는데 이견이 없을 거다. 동굴에서 '뽀로뽀로미'를 외치며 타임슬립을 하고, '사랑의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라며 천연덕스럽게 중경삼림을 패러디했던 그 작품이다. 서유쌍기 2부작을 기억한다면 영화 '서유기 : 모험의 시작(이하 서유항마)' 이 반가울 수 있다. 서유쌍기는 주성치가 주연으로 나왔지만 연출작은 아니며, 서유항마는 그가 출연하진 않았지만 주성치 감독의 연출작이다. 한중일 3국은 서유기라는 작품에 ..
2021.02.18 -
영화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후기: 내 시간을 바쳐 널 사랑해
* 반전이나 설정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릴 적 소꿉친구 린거(이홍기 분)와 치우첸(이일동 분). 치우첸이 이사를 가면서 둘은 헤어지고 고등학교 때 다시 재회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 행복한 린거. 그녀에게 고백할 용기를 못 내고 그녀를 바래다주고 집으러 돌아가는 길. 다시 발걸음을 그녀에게 돌리지만 치우첸의 교통사고를 목도한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 건네고 눈앞에서 그녀를 잃은 린거. '그녀를 다시 살릴 수 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애원한다. 어린 시절 둘 만의 추억이 담긴 손목시계를 꼭 쥔 채로. 그리고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그녀가 죽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대신 내가 그만큼 늙었으며, 친구, 가족, ..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