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0. 20:55ㆍ영화 보는 중
옛말에 '눈 뜨고 코 베인다'라고 했다. 절대 공정할 것 같은 '법'이라는 시스템의 허술함을 역이용해, 저항 한번 못하고 나의 사생활, 전재산이 털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 '퍼펙트 케어'는 법적 후견인 제도를 악용해 가족 없는 노인들만 타깃으로 하는 범죄형 기업(기업형 범죄가 아니다)을 다룬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집에서 쓸쓸히 고독사하는 독거노인분들의 문제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동원해 요양시설로 보내는 사회적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그 뜻이야 충분히 좋지만 어떤 법이든 악용하는 놈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영화 '퍼펙트 케어'는 이런 악인을 다루는 '피카레스크'물이다. 주인공들은 보통 착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야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이 쉽게 하고, 맘속으로 응원하게 하니까. '퍼펙트 케어'는 악인들 간의 싸움이기에 누구에게 정 붙일 데 가 없다. 피카레스크의 자세한 설명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시즌 1' 후기: 피카레스크의 매력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로자먼드 파이크. 그녀의 연기력은 '나를 찾아줘'때도 느꼈지만, 묘하게 서늘하면서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 빛을 발한다.절대 악도 아니고, 완전 정신 나간 광인도 아니지만, 사회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캐릭터 '말라'의 머리끝부터 발끝을(하다 못해 전자담배 연기까지) 구현해낸다. 그녀의 악행에 휘말리게 되는 '로만'역의 피터 딘클리지는 이미 왕좌의 게임부터 검증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스테레오 타입의 마피아 보스에서 살짝 벗어난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카리스마는 약간 모자라지 않았나 싶다.
예고편에선 케이퍼 무비인 것처럼 나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죄행위의 짜릿함보다, 범죄형 기업을 운영하는 '말라'라는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한다. 인물의 디테일하게 비춰주고, 그들의 대사 호흡, 행동 하나하나를 보여준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가 원체 좋아서인지, 이런 연출 탓에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탄탄한지 모르겠지만. 그 덕에 씬 한컷 한컷의 호흡이 길고, 영화 내 사건들의 쾌감 같은 건 없다. 피카레스크 물답게 악인이 어디까지 나쁜 짓을 벌이는지, 종국엔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그저 차분히 보여준다. 통쾌한 케이퍼 무비보다는 잘 짜인 전기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영국과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하며, 그 외 나라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영국이야 자기 나라에서 만든 영화라 그렇고, 한국은 코로나 방역이 잘돼서 그런가 싶다. 꽤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범죄형 기업'의 탄생을 다룬 영화 | ||||
추천 포인트 | 로자먼드 파이크의 정신 나간 연기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통쾌한 케이퍼 무비를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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