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후기: 만듦새가 헐거워 인크레더블하지 못한 헐크

2021. 2. 18. 00:02영화 보는 중

바야흐로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을 했을 때에 이안 감독의 헐크(2003)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영화이기에 속편인 '헐크 2' 인가 착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마블의 영화들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지만, 당시에는 영세한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 불과했다. 이제 막 마블 스튜디오의 첫 번째 영화 '아이언맨'이 대박이 터진 상태였고,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두 번째 주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던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인 '에드워드 노튼'. 특히 이중인격을 연기하는 데에 특화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다양한 작품(프라이멀 피어, 파이트 클럽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락 액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당시에도 특이했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인크레더블 헐크'는 의외의 영화인 건 분명하다.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는 어벤져스의 '헐크'로 연결되는 스토리를 가진다. 그가 어벤져스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헐크가 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상술했듯 이안 감독이 만든 '헐크(2003)'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에 헐크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프롤로그 개념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브루스 배너가 브라질에서 숨어 지내면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백신을 만드는 노력을 하는데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음료수 공장에서 헐크의 등장 씬은 흡사 공포영화나, 고전 프랑켄슈타인 영화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당사자인 '브루스 배너'조차 '헐크'를 컨트롤하기 힘들고, 그를 제압하려는 평범한 미군들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보여주는 좋은 연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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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스틸컷

중반부는 미국에 건너와 그의 연인 '베티 로스(리브 타일러 분)'를 만나면서부터는 영화의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리브 타일러 배우의 미모는 이미 '반지의 제왕'에서 검증됐지만, 연기력이 그렇게 까지 딸리는지는 이번 영화에서 확실히 알게 됐다. 일단 기본 발성부터가 어설프고, 대사에 감정이 실려 있지 않는 문제점이 가장 크다. 문제는 연기 좀 한다는 에드워드 노튼 조차 그의 내공을 펼칠만한 장이 영화 내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를 받아주는 상대 배우나, 감독의 연출력이 여러모로 부족해 보여서 안타까울 뿐이다.  

 

후반부 헐크와 빌런인 '어보미네이션'과의 결투는 괴수물이 연상될 정도의 박력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헐크라는 캐릭터가 힘으로는 우주급인 관계로 그에 맞서는 빌런 조차 맞먹는 힘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정수라고 해야 할 액션신이 많이 허술하다. 액션 시퀀스도 단순하고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난다. 이는 MCU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데 멀리 갈 거 없이 전편인 '아이언맨(2008)'과 그다음 편인 '아이언맨 2'에서 반복된다. 아이언맨은 배우와 감독이 영화 전체를 멱살 잡고 끌고 갔지만, 인크레더블 헐크는 그러지 못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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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스틸컷, 우: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영화'어벤져스' 스틸컷

어벤져스의 주축 캐릭터 '헐크'를 담당하는 배우가 에드워드 노튼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마크 러팔로'로 바뀌어서 이게 MCU에 속한 영화인가 싶을 수도 있다. 에드워드 노튼이 바라던 영화적 색깔과 마블의 그것이 달라서 에드워드가 자진 하차를 했고, 그 자리에 자신의 친구 '마크 러팔로'를 추천했다고 한다. 마크 러팔로로 바뀌면서 헐크의 디자인부터 브루스 배너의 성격도 미세하게 바뀐 부분이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괜찮은 것 같다. 특히 지금까지 MCU에서 마크 러팔로가 헐크를 훌륭히 연기해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안 감독의 '헐크(2003)', '인크레더블 헐크(2008)'. 헐크로 만든 솔로 영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제작됐고 나란히 사이좋게 망했다. 그 덕에 헐크의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는 '유니버설 픽쳐스'는 '헐크 단독 영화는 장사가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질만하다. 그래서 MCU에서 초창기 인크레더블 헐크를 제외하곤 헐크 솔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영화 제작 판권이 마블에 돌아왔지만, 배급은 여전히 유니버설 몫이기에 마블 맘대로 영화를 만들만한 쉬운 여건도 아니다. 대신 단독 판권은 유니버설에 있지만 그 외(팀업 영화)에는 가능하기에 (나름 편법으로) 여태껏 어벤져스, 토르 영화 속에서 헐크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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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상: 영화 '헐크' 스틸컷,  중: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스틸컷, 하: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영화'어벤져스' 스틸컷

필자가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를 이제야 본 이유는 그동안 쉽게 손이 안 간 이유가 제일 크다. 주연 배우가 바뀌었고, 안 봐도 다른 22편의 인피니티 사가 마블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크게 차질도 없다. 그냥 '헐크가 이런 캐릭터구나' 정도만 이해한다면 크게 상관이 없다. '인크레더블 헐크'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마블 영화라는 큰 퍼즐 속에서 딱 하나 남은 퍼즐 조각을 채웠다는 데에는 의의를 둬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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