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7. 15:56ㆍ영화 보는 중
* 반전이나 설정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릴 적 소꿉친구 린거(이홍기 분)와 치우첸(이일동 분). 치우첸이 이사를 가면서 둘은 헤어지고 고등학교 때 다시 재회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 행복한 린거. 그녀에게 고백할 용기를 못 내고 그녀를 바래다주고 집으러 돌아가는 길. 다시 발걸음을 그녀에게 돌리지만 치우첸의 교통사고를 목도한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 건네고 눈앞에서 그녀를 잃은 린거. '그녀를 다시 살릴 수 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애원한다. 어린 시절 둘 만의 추억이 담긴 손목시계를 꼭 쥔 채로. 그리고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그녀가 죽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대신 내가 그만큼 늙었으며, 친구, 가족, 그리고 시간 바쳐 사랑한 치우첸 마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 초반부의 린거의 방에는 다양한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워낙 잠깐 비춰주는 탓에 자세히 못 봤지만) '어바웃 타임', '미드나잇 인 파리' 두 작품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시간여행'이라는 공통의 분모가 있는 작품들이다. 영화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이하 시간의..)'의 시간여행은 상술한 영화처럼 근사하지 않다. 린거의 시간여행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작중 정확한 시간여행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 린거의 수명을 깎아서 치우첸에게 부여하는 모양새다. 시간여행이라기 보단 '시간 제공'에 가깝다. 그리고 나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지워진다. '내 시간 바쳐 사랑하는 사람을 살렸지만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얄궂은 운명의 린거. 그럼에도 그는 후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밤하늘의 별도 따줄게', '널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줄 수도 있어' 달콤한 사랑에 빠진 연인 간에 흔히들 하는 멘트다. 영화 '시간의..'는 상술한 멘트들 중에서 '시간'을 바치고 그 무게감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목숨을 바친다면 죽고 끝이겠지만 린거는 그렇지도 않다. 자신이 살려낸 치우첸의 주변을 맴돌면서 경제적 뒷바라지까지 한다. '누군가를 저만큼 사랑하고, 저렇게까지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없어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첫 번째 시간 제공 전의 둘 사이의 이야기가 헐겁다. 둘 사이의 감정이 촘촘히 쌓일 틈도 시간 제공과 그 여파를 보여주는데 급급하다. 관객 입장에선 그저 소꿉친구 간의 추억이 전부다. 당사자들끼리만 애틋하고 애달프다. 유럽 로케이션의 풍경이 꽤 멋지게 나오는데, 작중 어디인지 조차 안 나온다. 따로 찾아보니 체코 프라하라고 한다. 생경한 프라하의 모습만큼 영화 속 사랑의 감정도 그러하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타임 슬립 + 로맨스 | ||||
추천 포인트 | 가슴 절절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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