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7. 23:55ㆍ영화 보는 중
코다(Children of Deaf Adult), 청각장애인을 부모로 둔 비장애인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아빠, 엄마, 오빠까지 모두 농아인이며, 수화와 언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의 모든 대소사를 도맡아 가족의 대변인으로 살아온 여고생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 듣지 못하는 가족들 앞에서만 노래를 불러왔기에 자신의 음악적 소질을 모르고 살아온 지 수년. 맘속으로만 좋아하는 남자애를 쫓아서 가입하게 된 학교 중창단 선생님의 권유로 버클리 음대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루비는 태어나서 음악이라곤 들어본 적이 없는 부모를 설득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음악을 반대하는 가족의 역경을 이겨내고 대학에 진학한다'라는 류의 영화는 너무도 익숙한 게 사실. 하지만 그 가족이 청각장애인이라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이 가족은 평생 동안 소수자로서 사회의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루비는 그들에게 굳게 닫혀있던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의 창이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일반 대학 진학도 고민되는 가정형편에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음악계는 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불가능하기에 쉽게 응원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딸의 인생을 자신들의 통역사로만 부려먹을 수도 없다. 제 아무리 각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고 하지만, 루비 가족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영화의 스토리는 진부하다 할 정도로 익숙하게 흘러가지만 인물들의 배경 설정과 이를 담은 감정선이 아주 찐하다. 특히 후반부 루비의 공연과 실기 시험의 연출이 훌륭하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관객들을 한방에 설득시킨다. 특히 후반부 듣지 못하는 가족에게 전하는 루비의 노래와, 그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 가족의 모습의 여운이 오래간다. 영화 '코다'는 윤여정 배우의 '미나리' 열풍의 시작점이었던 '선댄스 영화제'에서 무려 4관왕에 오른 작품. '미나리'가 받았던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에 '감독상'과 '앙상블 캐스트'까지 추가로 수상했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봉준호의 '기생충', 리 아이작 정의 '미나리'에 이은 색다르고 찐한 가족을 다룬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기준 | 가족 영화 | ||||
추천 포인트 | 정말 좋은 영화를 찾고있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뻔한 영화가 싫다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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