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는 중(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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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사조영웅전 2017' 후기: 중국 무협판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의천도룡기 속 비극의 근원인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장본인인 곽정과 황용이 나오는, 사조삼부곡(소위 영웅문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 '사조영웅전 2017'을 완주했다. 사조영웅전의 뜻은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 독수리를 쏠 정도로 뛰어난 무사라는 몽골식 표현이라고 한다. (작중 주요 배경중 하나가 몽골이고, 칭기즈칸도 등장한다) 의천도룡기에서는 6대 문파(아미파, 소림파, 화산파, 공동파, 무당파, 곤륜파)라는 일종의 무협 집단이 형성돼있었다. 그보다 100여 년 전의 시대에 해당하는 사조영웅전에는 천하오절(중신통, 북개, 남제, 동사, 서독)이라는 개인의 무림고수들이 활약하는 시대이다. 동사서독은 왕가위의 영화로도 익숙한 명칭인데, 왕가위 감독이 이 천하오절을 소재로 만든 프..
2021.03.07 -
넷플릭스 TVA '퍼시픽 림: 어둠의 시간' 후기: 끔찍한 혼종
정체불명의 괴수들 '카이주'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인류가 개발한 전투로봇 '예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영화 '퍼시픽 림'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고지라 시리즈의 괴수물, 마징가 Z를 위시로 한 거대 로봇 메카 물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찼던 퍼시픽 림. 영화로는 2편인 '퍼시픽 림: 업라이징'까지 개봉했으며, 세계관 확장을 위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됐다. 영화는 1편의 로봇이 주는 묵직한 양감이 2편에서 많이 퇴화된 게 아쉬웠었다. 이번 애니메이션 '어둠의 시간'은 주체할 수 없을 가벼움이 안타까울 지경. 셀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미국의 3D도 아닌 플래시 애니메이션틱한 그래픽도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퍼시픽 림의 세계관에 디스토피아적인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것을 합친 전형적인 스토리도..
2021.03.05 -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후기 (NO 스포): 치밀한 각본, 유려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가 없는 청정 리뷰를 지향합니다. 참 재밌는데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하게 포스팅은 못하겠고, 일단 무조건 추천한다는 말 밖에 못하는 MBC 드라마를 완주했다.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이준혁, 남지현, 김지수 등 연기 구멍 없고, 유려한 연출, 장르물에 충실한 내용 전개 등 장점이 많은 드라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시 드라마라는 생소한 방영 시간대, 장르물 특성상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아 중간 유입이 힘든 점 , 선거기간 등이 겹쳐 시청률이 3.5 ~ 5 %에 그친 비운의 명작이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드라마 제목으로 그렇게 좋은 제목은 아니다. 너무 길고, 365일 같기도 하고, 365로 검색하면..
2021.02.16 -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시즌 2' 후기: 악인의 반쪽
1 시즌의 배경은 뉴욕이었다. 뉴욕에서 사람 여럿 죽이고 온갖 나쁜 짓을 다한 우리의 악인 '조 골드버그'는 뉴욕의 정 반대편인 LA로 도망 온다. 뉴욕은 미국 동부답게 우중충하고 빽빽한 건물들이 특징인 도시다. LA는 미국 서부에 위치해 있고, 거의 1년 내내 화창하고, 건물들도 낮고 사람들도 매우 여유로워 보인다. 바뀐 도시 덕에 드라마 분위기도 1 시즌과 정말 달라졌다. LA로 도망가 최대한 조용히 살려고 했던 조. 하지만 주변인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주변인들에게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지고 조는 이상한 공명심에 휩싸여 사람들을 도와준다. 대신 그만의 방법인 범죄로 말이다. 시즌2에서 조는 살인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드라마 초반에는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모습도 나온다. 시즌1에서 조..
2021.02.15 -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시즌 1' 후기: 피카레스크의 매력
소설 장르 중에 '피카레스크'라는 게 있다. 보통 선인이 주인공이고 악과 맞서 싸우는 게 일반 소설이라면, 피카레스크는 악인이 주인공이다. 누가 봐도 나쁜 놈이 소설 속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피카레스크는 악인을 미화하거나 그의 범죄를 두둔해서는 안된다. 범죄미화물이 돼서는 안 되며 약간의 공감과 최소한의 양심을 느낄 수는 있지만 나쁜 놈은 그냥 계속 나쁜 놈이어야 한다. 악인의 행보를 독자들은 계속 지켜보고, 종국에는 파국을 맞을지 도망치면서 끝날지 궁금하게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은 상술한 '피카레스크'에 속한다. 가십걸의 댄 험프리로 익숙한 '펜 배질리'가 연기하는 '조 골드버그'는 작중에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른다. 스토킹, 살인, 시체유기, 주거침입, 절도, 납치, 감금, 개인정보..
2021.02.14 -
영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후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하나 만큼은
왓챠에서 BBC 영국 드라마를 완주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이다. 왓챠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그냥 봤는데, 알고 보니 꽤나 거창한 타이틀의 드라마였다.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5주년 기념 BBC One 드라마라고 한다. BBC 드라마답게 캐스팅이나 영상미는 웬만한 영화 못지않게 훌륭했다.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는 지금도 사랑받는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대표작으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움직이는 손가락, '0시를 향하여' 등이 있다.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의 플롯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며 상술한 작품들의 반전은 지금도 회자되면서 수차례 드라마화, 영화화되었다. 그녀가 만든 '에르퀼 푸와로', '미스 마플' 같은 캐릭터는 지..
2021.02.13 -
일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SP' 후기: 다큐와 드라마 그 사이
2016년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이하 도망부끄)'의 스페셜 편이 새롭게 공개됐다. 일본은 이미 인기 드라마의 후속 시즌 제작의 경우가 많으며, 시즌제 여부를 떠나서 펜 서비스 차원에서 1회분의 스페셜판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같은 연출, 작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이런 스페셜 문화는 새삼 부럽기도 하다. 2016년에 방영한 도망부끄는 최고 시청률 20%, 드라마 엔딩에 삽입되는 출연진들의 '코이댄스' 등이 유행했었다. 특히 코이댄스는 당시 주일 미국대사도 따라서 추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 약 4년여만에 돌아온 '도망부끄' 2021 신춘 SP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시간대와 동일하다는 설정이다...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