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2. 00:02ㆍTV 보는 중
넷플릭스의 '킹덤'이 K좀비를 이끌었다면, K크리쳐를 선보인 드라마가 최근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이다.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7년부터 네이버를 통해 연재된 '스위트 홈'은 올해 7월에 완결 났으며, 원작의 기본적인 요소를 따라가되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요소가 있다고 한다.
|
필자는 원래 크리처 물을 즐기지도 않고, 원작 웹툰도 보지 않았다. 크리처 물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괴생명체와 맞서 싸워야 하는 특유의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유독 무서운 게 크다. 크리처들이 활보하는 환경 자체가 폐쇄적이고,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공포심은 배가 된다.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은 생각보다 편하게 봤다. 즉 극의 긴장감이 몹시 떨어진다는 뜻이다. 좀비물처럼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변하는 게 아닌, 불특정 다수가 갑자기 괴물이 되고, 내 주변 사람 중 누가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세상이 붕괴되고 국가의 기능이 상실한 아포칼립스 상황인데 지옥도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되려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가 더 괴롭고 힘든 환경일 거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 시즌 1' 후기
'스위트홈'의 주 배경은 지은 지 40~50년은 돼 보이는 재개발 예정의 한강변 아파트다. 동대문 연예인 아파트, 남산 기슭의 아파트를 표방한 것 같은 세트장을 지었다. 장소 그 자체만으로 스토리를 부여하고 싶은 의도로 보인다. 이런 재개발 예정의 아파트들은 저소득자들의 터전이기에, 거기서 오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루고 싶었던 것 같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저런 아파트를 찾는 게 더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한국이 아닌 홍콩영화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 '#살아있다'처럼 일반적인 복도형 아파트 같은 익숙한 장소를 택했다면, 친숙한 일상이 아포칼립스로 변모했을 때의 공포심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인공 차현수는 '진격의 거인'의 앨렌 예거의 포지션을 하고 있다. 사람과 괴수의 경계에 서있는, 그래서 차현수만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고,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현상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송강 배우의 외모는 모자람이 없으나, 어쩔 수 없는 얄팍한 연기력은 내적 충동 등의 표현이 많이 모자란다.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는 국어교사 정재헌인데, 한국 매체에서 다룬 기독교 신자들 중 가장 멋진 역할이 아닐까 싶다. 도검을 들고 용감하게 괴물과 맞서 싸우면서 사람들을 구출하고는, '그저 신의 뜻입니다.'라고 말한다. 무협지에서 무림 고승의 포스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김남희 배우의 발성과 눈빛 등의 연기 내공이 있어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상술한 아파트 입주민을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인간군상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문제는 그것들이 와 닿지 않는다. 각자의 사연과 감성을 열심히 팔다 보니 극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작중 인물들은 밖에 돌아다니는 괴물들이 무서워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아파트에 갇혀서 식수와 식량에 대해 고민한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그들은 계속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한다. 극 후반부에 가면 미지의 괴물에 대한 공포는 온데간데없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연출이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괴물들과 싸우는 씬만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괴물이 나타났다 - 사람과 싸운다 - 장면 전환 후 다른 장소가 비춰짐] 이 반복된다. 그래서 괴물과 사람의 싸움이 어떻게 됐는지, 괴물이 죽었는지, 사람이 다쳤는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뜬금없이 몇 분 뒤에 말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패턴이 한두 번이면 옥에 티구나 하겠지만 매번 반복된다.
크리처 물이기 때문에 괴물들의 CG구현이 중요하다. 크리처의 피부가 특촬물에서 봤을 건조한 인형을 뒤집어쓴 것 같다. CG 표현도 중국/일본에 맡긴 거처럼 조악하다. 특히 크리처의 움직임은 프레임수가 떨어지는지 움직임이 뚝뚝 끊긴다. 우리는 이미 14년 전의 봉준호의 '괴물', 그리고 3년 전의 '옥자'까지 CG로 완벽하게 구현된 크리처에 익숙한 상태다. '그건 영화니까 제작비의 규모가 다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위트홈'의 제작비는 회당 30억 총 300억이 들어간 대작이다. 출연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배우들이 많고, 한정된 세트장에서의 촬영이 많기 때문에 제작비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드라마 삽입곡으로 욕먹는 거는 이미 많이들 했기 때문에 말을 더 추가하고 싶지 않지만.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음악 자체가 너무 튄다. 음악감독이 누구인지 몰라도 별로인 건 사실이고, 그 음악을 삽입해서 확인해야 할 감독에게도 최종 책임이 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이응복 감독이 맡았다. 그는 미스터 선샤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의 숱한 드라마를 성공리에 이끈 감독이다. 그의 전작들과 스위트홈을 보면 아무래도 '스릴러' 장르의 연출은 딸리는 거 같다.
포스팅 시점 기준으로, 'FLIX PATROL' 에서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 순위 3위에 올랐다. 드라마 결말에 시즌2에 대한 여운을 강하게 남기고 끝났는데, 드라마가 성공해서 시즌2까지 제작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문화콘텐츠 강국인 대한민국이 K좀비를 넘어 K크리처까지도 잘 만든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신 연출부터 다른 감독으로 바꾸고 시작하자.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포스트 아포칼립스, 크리처물 | ||||
추천 포인트 | 크리처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신파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TV 보는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후기: 19세기 영국판 가십걸 (0) | 2020.12.30 |
---|---|
카카오TV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 1화 간단 후기 (0) | 2020.12.23 |
TVA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2기 파트1' 후기 (0) | 2020.12.21 |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시즌 1' 후기: 마약왕과의 전쟁 (0) | 202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