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0. 00:02ㆍTV 보는 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풍의 새로운 넷플릭스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이다. '브리저튼'은 2020년 12월 24일에 공개된 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몰랐던 '퀸스 갬빗'을 제치고 넷플릭스 세계 차트 1위를 차지한 드라마다. 주요 소재로 영국 귀족 브리저튼 자작 일가의 연애, 풍속, 결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세기 영국에 귀족사회를 다루고 있어 시대 및 배경등에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겠지만, 두 작품에 등장하는 계층은 다르다. 제인 오스틴이 주로 다루는 계급인 '젠트리'는 엄연히 따지면 귀족은 아닌 중상류층의 지주층을 뜻한다. 한반도의 신라로 치면 진골, 성골이 아닌 6두품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반면 브리저튼은 영국 최상류 귀족 계급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국의 귀족은 크게 5개의 계급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공작 > 후작 > 백작 > 자작 > 남작] 유럽의 귀족계급은 오등작의 구분이 따로 없고, 동양권의 오등작의 순서에 갖다 맞춰서 번역 등에 활용된 사례이다. 작중 브리저튼 일가는 자작에 해당하는 계급이고, 사이먼은 공작에 해당한다.
브리저튼의 분위기는 다루는 계급만큼이나 오만과 편견과 뚜렷한 차이점을 갖는데, 일단 원작에서 오는 분위기가 상이하다. 드라마 브리저튼은 '할리퀸 로맨스'라 일컫는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줄리아 퀸의 브리저튼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총 8권 중 1권인 '공작과 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그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복잡 미묘한 남녀관계를 다뤘다면, 브리저튼이 다루는 계급은 최상위 귀족 계급들이지만, 남녀 간의 관계성은 질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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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과 세트장만큼이나 등장인물이 꽤 많이 나오지만, 일단 다프네 일가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굉장히 익숙한 클리셰 덩어리의 연애 이야기가 펼쳐진다. 브리저튼 자작 집안의 다프네는 좋은 집안에 시집가기 위해 집에서 꽃단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밤마다 화려하게 열리는 사교계 파티에 어김없이 참여한다. 사교계에서 인기가 떨어진 다프네는 오빠인 앤소니(브리저튼 남매들 이름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다)의 친구 사이먼 백작과 함께 계약연애를 하게 되고, 이 작전이 성공해서 왕자에게 관심을 받는 데 성공한다. 그다음은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클리셰 내용이 펼쳐진다.
브리저튼만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작중 귀족들 간의연애 소식이 타블로이드 형식으로 날마다 인쇄돼서 귀족사회에서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익명의 누군가가 상류층 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 연예 특종 기사 같은 것은 내는데, 모두가 욕하면서도 일일이 챙겨보고, 신경 쓰는 모습이 현대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명예라는 명목으로 본인들의 평판을 중시 여기고, 결혼에 목숨 거는 귀족들의 아등바등 러브스토리가 다소 흥미롭다. 익명의 형태로 주요 인사들의 연애 기사를 퍼 나르는 것은 미국 드라마 가십걸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요즘 미국에서 인기인 PC요소가 브리저튼에서도 반영됐는데, 왕비, 백작 등의 상위 귀족들이 흑인으로 나온다. 처음엔 저게 과연 저시대에 있었나 싶지만, 또 픽션인걸 감안하고 보다 보면 그렇게까지 위화감이 들지는 않는다. 브리저튼은 1화 기준 50분 정도의 총 8부작 드라마다. 어디선가 익숙한 내용의 드라마지만 유럽 상류층의 의상과 세트의 화려함과 쌈마이 한 러브스토리를 동시에 즐기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 다가오는 주말이나, 연휴 등에 넷플릭스에서 웬만한 걸 다 봤다면 전 세계 드라마 1위의 작품을 두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로맨스 | ||||
추천 포인트 |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비슷한 시대를 다루는) 제인 오스틴의 감성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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