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1. 00:02ㆍTV 보는 중
애니메이션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이하 리제로)'은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다. 2012년부터 인터넷 투고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서 연재된 리제로는 2014년부터 책으로 출간됐으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작품이다. 2016년에 TV 애니메이션 리제로 1기와 번외 편을 다룬 2편의 극장판, 그리고 2020년 7월부터 1 쿨(12~13화 분량)에 해당하는 2기 1파트가 방영됐고, 2021년 1월부터 2기 2파트가 방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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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은 일반 소설보다는 좀 가볍게 읽을만하고, 본문에 일본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가 있으며, 라이트 노벨 전문 레이블에서 출간한 소설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10~20대 연령층에서 주로 소비돼서 게임, SF, 판타지 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이 나온다. 유명한 라이트 노벨 작품으로는 '슬레이어즈', '소드 아트 온라인' 등이 있고, 속편이 제작 중인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도 라이트 노벨 'ALL YOU NEED IS KILL'을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다.
애니메이션 '리제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이세계물이다. 집 앞 편의점에 들른 츄리닝 차림의 은둔형 외톨이 '나츠키 스바루'는 갑자기 이세계로 전이된다. 이세계는 당연히 중세시대 판타지 세상이다. 마법사, 기사, 수인, 정령 등이 존재하는, 게임 좀 했거나, 애니 좀 봤다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세계다. 몇 백 년에 한 번 나타나는 전설의 용사라느니, 천하무적의 검을 얻어서 마왕을 무찌르는 등의 클리셰는 리제로에서 찾아볼 수 없다. 리제로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루프물이라는 것. 스바루는 죽으면 특정 세이브 포인트로 다시 돌아가는 '사망회귀' 능력을 갖고 있다.
나츠키 스바루는 다른 능력(체력, 순발력이 좋다던지, 두뇌회전이 빠르다던가)은 변변치 않지만, 그저 죽으면 특정 지점으로 무한 반복한다. '내가 죽어봐서 아는데...'라며 본인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설득할 수도 없다. (말하려 할 때마다 심장마비로 죽는다) '어차피 매번 살아나니 아무렇지 않게 죽어도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되살아날 때마다 죽음 당시의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람이 한 번만 느껴도 충분할 고통을 스바루는 몇십 번씩 느끼고 있는 거다. 작중 판타지 세계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죽음이란 그렇게 편한 게 아니다. 누군가에 의한 사고, 살인 등이 주 요인들이기 때문에 매번 죽음이 고통스럽게 연출된다.
일련의 퀘스트를 깨지 않으면 그 세이브포인트는 갱신되지 않는다. (세이브포인트 지정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없다) 사람의 능력으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도저히 해결이 안 되고, 벽에 맞닥뜨린 상황이 오면 그냥 도망갈 수도 있다. 그렇게 상황을 회피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 편안히 100세까지 살다가 자연사로 죽게 되면 사망회귀, 도망갔던 세이브포인트로 돌아가게 된다. 어떻게든 미션을 수행하고 상황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리제로는 이런 사망회귀라는 능력을 이용해서 영리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가령 누군가의 초대로 식사를 하고 차를 한잔 마셨다고 치자. 그리고 잠자리에 들고 눈을 떠보니 세이브 포인트로 다시 돌아가 있는 거다. 그제야 내가 마셨던 음식과 차 안에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누가 독을 탔는지 범인을 밝혀내야 한다. 다른 신체적, 두뇌적 능력이 없는 스바루는 사망 회귀를 반복하면서 범인을 잡아야 한다. 그 반복하는 죽음 동안 스바루의 고통은 쌓여만 간다.
스바루만의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서 극한의 절망으로 몰아가는 연출이 많이 나오고, 그것을 마지막에 통쾌하게 해결하는 선절망 - 후사이다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극 전체 이야기 진행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1기는 절망 - 사이다를 1 쿨(12~13화 분량)씩 반복해서 보여줬다.
2기 1파트는 1기와 다르게 절망만 보여주다 끝이 났다. 스바루 능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속되고, 그는 주변 사람들이 한 명씩 희생될 때마다 가능한 선에서 정보수집을 하고 죽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의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2기에서는 작중 마녀들과의 회동이 좀 신선하긴 했는데, 정지화면 연출, 작화 붕괴가 곳곳에 보여 아쉬웠다. 1파트 동안 사이다 없는 절망만 보여줬기에, 2파트에서 어떻게 쌓인 문제들을 해결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왓챠, 웨이브 등에서 리제로 1, 2기가 올라가 있고, 넷플릭스에서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기 감독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이세계 판타지 애니메이션 | ||||
추천 포인트 | 색다른 이세계물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만렙, 먼치킨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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