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5. 00:02ㆍ영화 보는 중
폭풍우가 치는 밤, 25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의 누군가와 소통이 된다.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영화 '폭풍의 시간'이다.
[1989년의 '니코'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비명소리를 듣고 이웃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이웃 아주머니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웃 아저씨의 칼을 든 모습을 보고 무작정 도망가다가 차에 치여 죽는다. 2018년 니코가 살았던 집에 새로 이사 온 신경외과 전문의 '베라 로이'는 그 집 다락방 창고에 설치된 TV+캠코더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리고 TV 화면에 죽었다고 뉴스를 접한 '니코'의 모습이 보이고, 그와 대화도 가능하다는 걸 발견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콜'은 전화기를 통해 20년의 시간을 넘어 소통을 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넣어 타임 패러독스에 스릴러 장르를 버무려 차별점을 두었다. 넷플릭스 영화 '콜' 후기
2018년에 나온 스페인 영화 '폭풍의 시간'은 우연히 발견되는 브라운관 TV와 캠코더로 25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콜'이나 '동감', 드라마 '시그널'과는 달리 '폭풍의 시간'에서는 수시로 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흘 내내 천둥 번개가 멈추지 않던 날씨인 '폭풍의 시간'동안에만 가능하다.
25년 전의 소년 니코를 살리는 대신 베라의 인생은 다 틀어지게 된다. 과거의 사건을 바꾸면서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고, 나비효과가 되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사랑하던 딸의 존재 자체가 없고, 본인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 상태이며, 친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콜'의 박신혜는 이상하리만치 순응을 잘했다면, '폭풍의 시간' 베라는 과할 정도로 뒤바뀐 현실을 부정한다. 베라는 본인이 알던 현실과 다르다며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다닌다.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자신이 살린 소년 '니코'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스포일러 때문에 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드라마는 후반부 반전을 위해서 복선을 촘촘히 쌓는다. 그리고 25년 전의 니코의 시간과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기 전 베라의 주변 묘사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렇게 쌓은 베라의 이야기는 후반부 그녀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으로 작용한다. 영화 '폭풍의 시간'은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주변인들의 이야기, 베라의 사랑이야기 등이 겹치면서 단순한 미스터리뿐 아니라 가족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강하다.
연출은 좋은 소재에 비해 다소 밋밋해서 타임 패러독스물이라기보다는 '사랑과 전쟁'을 보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복선을 쌓았어도 후반부 베라의 행동은 다소 작위적이다. 니코가 목격한 살인사건의 전말도 시시하다. 타임 패러독스 설정에 구멍이 있어서, 이런 장르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좀 어설퍼 보일 수도 있다. 나비효과의 불확실성도 너무 단편적이고 직선적이다. 그래서 결말부의 괜찮은 반전도 그 감동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영화 '폭풍의 시간'은 상술한 단점들보다 장점이 많은 영화다.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전작 '인비저블 게스트'를 재밌게 봤고, 넷플릭스를 구독 중이고, 웬만한 건 다 봐서 볼 게 없다면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타임 슬립물 | ||||
추천 포인트 | 넷플릭스의 메인 화면만 보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영화 '나비효과'의 수준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PS. 넷플릭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봤다면 반가워할 '교수'가 베라의 남편으로 나온다. 분량이 그렇게 많진 않지만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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