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3. 00:27ㆍ영화 보는 중
넷플릭스에게 효자 콘텐츠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을까 예상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3편이 새롭게 공개됐다. 요즘이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워낙 빠방 하지만, 몇 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하우스 오브 카드' 정도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해, 별 기대 없이 시작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최초 공개된 2018년에는 가장 많은 '다시 보기' 콘텐츠 2위까지 올랐었다. 영화를 본 구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후속 편에 대한 제작 오더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넷플릭스에서 2020년 2편, 2021년 3편까지 제작됐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미국의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 영화다. '라라 진(라나 콘도어 분)'은 짝사랑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써서 모아 왔고, 모종의 이유로 그 편지들이 실제로 발송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린다. 원작 소설 작가가 한국계이다 보니, '라라 진'은 작중 한국인 어머니를 둔 백인 혼혈 설정이고, 작중 한국의 문화라던가, 영화 속 삽입곡이 K팝으로 한 번씩 나온다. 원작 작가 '제니 한'은 1편의 영화 제작 시 백인으로 설정을 바꾸자는 제작사들의 제안을 거절했고, 넷플릭스에서만 한국계 설정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3편인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에서는 서울을 여행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삽입곡으로 소녀시대의 'GEE'가 나오기까지 한다.
사실 이 시리즈는 1편이 괜찮고, 뒤로 갈수록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2편은 쓸데없는 삼각관계를 억지로 집어넣어서 갈등구조를 만들었다. 3편은 미국 하이틴물의 클리셰인 고등학교 졸업파티(프롬)와 대학 진학에 따른 장거리 연애가 주요 갈등으로 나온다. 이 영화의 매력은 어떤 영화적 스토리 같은 게 아닌 주연 배우를 맡은 '라나 콘도어'의 매력이다. 미국 영화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동양계가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과, '라라 진'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사실 이 시리즈의 전부다. 그래서 1편을 재밌게 봤고 2편에 실망을 했다면, 이번 3편은 적당한 수준의 재미와 여전히 러블리한 라라 진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정도가 전부 일듯 싶다.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았고, 하이틴 로맨스물을 즐겨본다면, 이번 기회에 1편부터 시작해보는 걸 추천하고,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번 3편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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