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7. 00:02ㆍ영화 보는 중
'CJ7(2008)'이후로 주성치는 본인의 영화에 출연을 하지 않고 감독의 위치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주성치의 팬으로서 '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를 외면해오다가 오늘에서야 처음 관람했다. 영화 '미인어'다.
사람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킨 영화인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중 한 명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성치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가 나오면 그만의 작법으로 소화해서 무슨 영화든 '주성치' 영화로 바꿔버린다. 그가 연출하지 않고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조차도 그렇게 된다. 엑스트라 시절부터 감독에게 연출에 대한 제안을 했다고 하니,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과 주인의식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주성치의 감독 연출작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공동연출부터 시작된 '당백호점추향'(1993, '다시 보니 선녀 같다'로 유명한 그 영화) 이어서, 단독 연출인 '소림축구(2001)', '쿵후 허슬(2004)'로 역대급 잭팟을 터뜨렸다. 소림축구와 쿵후 허슬은 그만의 쌈마이한 맛이 떨어져서 찐팬들은 아쉬워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성치' 장르에 대해서 내성이 없고 유머 코드가 안 맞다면, 밑도 끝도 없이 유치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또 주성치 영화다. 주성치가 내세우는 코미디는 특히나 유치하고 원초적인 유머에 집중하는 병맛 코드를 내세우기 때문에 사람마다 취향이 극렬히 갈린다.
2017년에 국내 개봉한 미인어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4,270명이다. 대신 중국 내 흥행성적은 개봉 당시 2016년 기준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작품이다. 미인어는 인어공주를 주성치 식으로 해석한 영화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인어' 한 줄에서 시작한 걸로 보이는 이야기.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사업가지만 환경생태계를 망치면서 간척사업을 시작하고, 인근 바닷가에 살던 인어들이 고통받고 자신들의 터전을 위협당하는 상태에서 미인어를 통해 암살하려는 내용이다. 당연히 그 미인어와 사업가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업가는 미인어를 위해 조 단위의 사업을 포기한다. 예상하는 내용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권성징악류의 사랑이야기를 베이스로, 주성치의 전매특허 B급 코미디와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감동 코드를 버무렸다.
90년대의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하고 싶어 했던 영화적 표현에 비해 빈약한 표현방식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소림축구부터는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그의 상상력을 과감하게 표출하고 있다. '쿵푸 허슬'이 그의 CG를 활용한 표현력이 정점을 찍었다면, 이번 미인어의 CG는 좀 많이 튀고 조악하다.
미인어는 상대적으로 젊음이 있는 이야기다. 연출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만 그는 다른 배우를 카메라에 세우고 본인이 하고 싶은 젊은 감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하다. 인어 역의 여배우 '임윤'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 배우인데 경쟁률은 무려 12 만 대 1이라고 한다. 인어와 사랑에 빠지는 사업가 역의 덩차오는 주성치 없는 주성치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문어인어 역의 나지상은 작중 빅웃음을 담당한다. 주성치 특유의 유머 코드를 가장 위화감 없이 소화한다. 환갑을 바라보는 주성치는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CJ7의 아버지 역이나, 나이 든 사업가 정도가 전부가 돼버렸다. 카메라 뒤에서 같이 킥킥대고 웃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그가 없는 주성치 영화도 나쁘지 않구나 싶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주성치 영화 | ||||
추천 포인트 | 주성치 영화의 팬인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주성치의 유머코드를 싫어하고, 중국 영화 특유의 CG를 못견디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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