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5. 17:32ㆍ영화 보는 중
타이탄 종의 챔피언 결정전. 무지막지한 크기와 괴력을 자랑하는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두 괴수가 드디어 60여 년 만에 다시 맞붙었다. 영화 '고질라 VS. 콩'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몬스터버스의 고질병(빈약한 인간 서사, 괴수의 적은 출현)을 최대한 줄이고 화끈한 결투신을 4번에 걸쳐서 보여준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로 지친 요즘, 오랜만에 화끈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미덕을 아낌없이 펼친다.
몬스터 버스의 영화는 총 4편이며, 이 영화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세 편을 사전에 보는 게 가장 좋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영화를 다 챙겨 보자니 부담스럽고, 고질라와 콩의 결전을 당장 보고 싶다면 고질라 VS. 콩: '몬스터버스' 타임 라인 정리에서 간략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고질라는 일본의 '토호', 킹콩은 미국의 '유니버설 픽쳐스'가 각각 판권을 갖고 있다. 상술했듯 몬스터버스는 워너 브라더스x레전더리 픽쳐스에서 만드는 영화다. 즉 판권을 각각 비싼 돈 들여 빌려와서 제작하는 정성 가득 미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다. 킹콩과 고질라의 결전은 1962년 일본 특촬물 영화 킹콩 대 고질라(1962)에서 최초로 이뤄졌으며, 2021년 몬스터버스에서 다시 벌어졌다. 토호가 이번 '고질라 VS. 콩' 이후 고질라의 판권을 다시 회수할 거라는 후문이 있어, 몬스터버스는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몬스터버스의 지난 영화들 [고질라(2014),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특유의 고질병이 있는데, 바로 빈약한 인간 서사와 괴수들의 적은 출연 횟수. 이번 '고질라 VS. 콩'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고치진 못했지만) 최소화하고 콩과 고질라의 결투를 화끈하게 보여준다. 후반부 홍콩에서의 결투씬은 제작비를 아낌없이 부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해안에 위치해있고, 즐비한 고층 빌딩들,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은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2013)'에 이어 괴수들에게 또 파괴되는 영광(?)을 누린다.
콩과 고질라가 싸우는 개연성은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다만, 주요 흑막인 '에이팩스'가 만드는 00 000의 동기 부족, 할로우 어스 세계관의 설명 부족, 콩의 고향 '스컬 아일랜드'에 무슨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인간들에게 잡혔는지 등의 스토리상의 구멍들은 다소 많은 편. 몬스터버스의 마지막이라는 걸 고려하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너무 짧아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고질라 VS. 콩'의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스크린 가득 채우는 괴수들의 모습과 괴성, 묵직한 움직임과 처참하게 파괴되는 도시, 다채로운 고질라와 콩의 결투 시퀀스, 괴수들끼리 편 먹고 싸우는 진풍경 등. 천조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미덕이 영화 '고질라 VS. 콩'에 가득하다. 잇따른 개봉 연기 소식에 지치고, 블록버스터 영화 자체가 귀해진 요즘, '고질라 VS. 콩'을 가능하면 큰 스크린, 좋은 사운드의 극장에서 즐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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