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1. 02:42ㆍ영화 보는 중
'본 시리즈', '캡틴 필립스'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 설명이 필요 없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새롭게 공개됐다. 넷플릭스 단독 해외 배급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 다.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이하 뉴스..)'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는 아니다. 미국, 캐나다 내 배급은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맡았고, 북미를 제외한 해외 배급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경우다. 영화 '뉴스...'는 폴레트 질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북미에는 2020년 12월에 개봉했으며 코로나 19 덕에 다 그렇듯이 그렇게까지 흥행을 거둔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제목을 직역하면 '세상의 뉴스' 정도가 되겠다. 남북전쟁 참전군인 출신의 제퍼슨 키드 대위(톰 행크스 분)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읽어주는 일을 한다. 시대 배경인 1870년은 서부개척시대. 황무지를 일구고, 석탄을 캐고, 소떼를 키우고, 원주민들과 백인들 간의 치열한 살육이 반복되는 시대다. 뉴스 볼 여유 없이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사람들을 모아놓고(인당 10센트씩 돈을 걷는다), 제퍼슨 키드 대위는 최근 신문을 사서 사람들이 흥미를 끌만한 소식들을 읽어준다. 요즘으로 치면, 힘들게 퇴근 후 TV를 통해 접하는 아나운서의 뉴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퍼슨 키드 대위는 우연히 소녀 조한나(헬레나 젠겔 분)를 발견하고, 그녀를 보호해줄 수 있는 가족에게 데려다주는 여정을 시작한다.

흔히 서부극 하면, 말을 타고 황야를 달려 복수를 행하는 총잡이 정도가 떠오를 수 있겠다. 영화 '뉴스..'는 이런 스테레오 타입의 서부극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키드 대위와 조한나의 로드무비의 모습을 많이 그리고 있으며, 중간중간 위기상황이 펼쳐지지만, 서부극다운 액션신은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감독도 본 시리즈의 '폴 그린그래스'감독이기에 그런 액션들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정도다.
대신 영화는 남북전쟁을 치른 미국의 상흔을 보여준다. 전쟁을 마치고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 텍사스는 원주민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을 차별 수준이 아닌 학살을 일삼고 있으며,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조한나다.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키드 대위 역시 남북전쟁에 4년간 참전했으나 경제적 보상 없이 신문을 읽어주는 소일거리 수준의 소득을 버는 게 전부다. 전쟁이 끝나고 5년 동안 아내가 있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혼란스럽고 상처가 가득하며, 정부는 시민들에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떠돌이 제퍼슨 키드 대위의 뉴스를 듣기 위해 교회에 모인다. 그들이 듣는 뉴스라고는 사실 이웃마을의 소식이 전부다. 화재나, 전염병 같은 재난의 상황 속에서 피해 입은 사람들의 소식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극복하는 모습에 응원하며 환호한다. 그게 꼭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말이다. 키드 대위는 소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뉴스를 전하고, 때론 같이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제공할 뿐이다.
영화의 배경이나, 장르는 서부극이지만, 액션 활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중간중간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퇴역군인이 남은 힘을 다해 소녀를 구해준다' 류의 영화도 아니다. 동족 간의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주인공들을 비롯한 모두가 잠시나마 힘든 상황을 잊고 자신을 알아가는 드라마가 이 영화의 전부다. 그래서 영화는 메마른 사막과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덤덤하게 비출 뿐이다. 감정과잉의 영화나, 시간만 소모하는(=킬링타임) 액션 영화에 지쳤다면 '뉴스..'를 추천한다. 연륜이 돋보이는 톰 행크스의 연기까지 얹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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