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2. 00:02ㆍ영화 보는 중
캡콤사의 게임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몬스터 헌터'가 새롭게 개봉했다. 할리우드에는 몇 가지 징크스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게임 원작 영화는 망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소설 등과 달리 이미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으로 구현이 돼있는 매체이고,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원작 팬들에게 욕만 먹고, 너무 비슷하면 독창성이 없다. 잘못하면 코스프레 수준의 영화가 돼버리고 만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이 게임의 광대한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필자는 몬스터 헌터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별다른 기대치가 없다시피 하다. 밀라 요보비치 배우의 팬도 아니다. 영화도 마침 킬링타임 판타지 액션물 정도로 홍보하고 있어서 그 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영화는 정말 현명하게도 '액션'영화의 정체성에 집중한다. 액션 영화라 함은 말 그대로 액션이 중요한데, 몬스터 헌터의 액션은 정말 훌륭하다. 특히 몬스터의 CG구현이 훌륭했다. 찾아보니 원작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간판 몬스터인 '리오레우스'와 '디아블로스 아종'이라고 한다. 쓸데없이 러브라인이나, 나라에 대한 우국충정의 정신도 없다. 그저 보여주고 싶은 액션을 연결하기 위한 플롯을 짰고, 액션 시퀀스는 흡사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쉴 새 없이 진행된다.
몬스터 헌터는 흔히들 말하는 할리우드의 그저 그런 액션 영화다. 그런데 요즘은 하향평준화가 됐는지 이마저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몬스터 헌터는 6천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괜찮은 퀄리티를 뽑아냈다. 선택과 집중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기대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반비례하는 신기한 영화다. 게임을 재밌게 해서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화화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가득할 것이고, 적당한 킬링타임 영화를 기대했다면 의외의 재미에 놀랄 수도 있다. 선택의 몫은 어차피 관객의 것인만큼, 영화의 재미도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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