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 2(1980)' 후기: 개봉 시기를 감안해도 떨어지는 재미

2021. 2. 17. 00:02영화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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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 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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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 2' 스틸컷

슈퍼맨 1편을 보고 호기롭게 2편을 시작했다. 분명 슈퍼맨 1~4편 중 3, 4편만 별로고 1, 2편은 잘 만든 수작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1편은 나름 클래식하고, 그 시대를 감안하면 괜찮은 특수효과를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슈퍼맨의 탄생과 활약상을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신비로우면서 멋있게 그린 명작이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했던가, 슈퍼맨 1로 한껏 높아진 기대는 2편에서 깡그리 부서졌다.

 

슈퍼맨 1, 2편은 동시에 촬영하고 제작도 같이 이뤄졌다. 연출을 맡은 리처드 도너 감독은 제작자인 스팽글러와 마찰이 있었고, 급기야 영화를 거의 다 찍어놓고 감독직에서 잘린다. 제작고문으로 있던 '리처드 레스터'는 영화의 수습을 위해 감독직을 맡게 된다. 할리우드는 50% 이상 촬영을 해야 감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리처드 레스터는 리처드 도너 감독이 찍었던 장면을 재촬영하고, 본인의 취향인 코믹한 연출(예: 러시모어 산을 조드 장군 일당의 얼굴로 바꾸는 장면)을 군데군데 집어넣는다. 요즘으로 치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거의 다 찍어 넣고 중간에 감독이 바뀌어서 1, 2편은 괜찮았지만 3편에 분위기가 급 이상해지는 경우와 같다.(물론 반지의 제왕은 세 편 모두 명작이다.)

 

'50%때문에 영화를 갈아엎는다'에서 묘한 기시감이 왜 드나 했더니, 최근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과 비슷한 경우다. 슈퍼맨 2도 리처드 도너 감독 편집판이 다시 나온 걸 보면 저때나 지금이나 영화를 만들면서 생기는 갈등들은 여전한 것 같다.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 은 무엇인가?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 은 무엇인가?

팀업 무비 치고는 기대 이하의 흥행과 '정의 닦이'라는 오명으로 DC에게 버림받은 영화가 있다. 2017년에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 다. DC는 그렇게 저스티스 리그를 창고에 처박고 모르는 척하는 것

mangosod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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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 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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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 2' 스틸컷

슈퍼맨의 메인 빌런은 1편에서 떡밥만 나왔던 '조드 장군' 일당이다. 최근 '헨리 카빌' 슈퍼맨 영화인 '맨 오브 스틸'에서도 나오는 빌런이다. 두 영화에 같은 빌런이 등장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서 계속 비교가 이루어진다. 개봉한 시대도 다르고, 영화 속 특수효과가 하늘과 땅 차이 인 점은 차치하더라도 슈퍼맨 2는 스토리가 매우 헐겁다. 특히 조드 일당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강당에서 연극하는 것처럼 뻣뻣이 서서 서로 쳐다보고, 대사 날리고, 어설픈 액션을 보여준다. '조드 장군 일당도, 슈퍼맨도 왜 저렇게 상대방에게 여유를 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 정도다. 특수효과의 한계라고 변명하기에는 통하지 않는 액션 연출들이다. 스토리상으로도 사랑하기 위해선 슈퍼히어로를 포기해야 하는 당위성, 포기했는데 금세 회복하는 전개 등이 매우 빈약하다. 그냥 그때 그때 그럴싸한 위기감을 주려는 감독의 얕은 고뇌만 보일 뿐이다. 

 

슈퍼맨 1이 슈퍼맨의 탄생과 활약, 슈퍼맨 2는 조드 장군 일당과의 전투를 영화에 담았다. 이 정도의 퀄리티 영화라면 굳이 '옛날 영화니까 봐주자'라며 볼 필요가 없다. 이 1, 2편의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은 게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이다. 그래서 필자는 슈퍼맨 2를 보느니, 시간낭비, 감정 낭비할 바에 그냥 '맨 오브 스틸'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좀 어둡긴 하지만 나름 괜찮게 표현한 슈퍼 히어로의 고뇌와 잭 스나이더의 강점인 화끈한 액션씬이 펼쳐진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
추천 포인트 슈퍼맨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시대를 감안해도 조악한 액션 연출을 견딜 수 없는 분들에게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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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영화 '맨 오브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