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2. 00:02ㆍTV 보는 중
나르코스 시즌1, 2는 에스코바르의 상승과 하강, 왕국과 몰락을 보여줬었다. 에스코바르는 말 그대로 '미쳐' 날뛰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암살하고 테러 범죄를 저질렀었다. 에스코바르의 메데인 카르텔은 정부와의 전쟁을 전면전으로 치른 양상이다. 에스코바르의 성격과 넘쳐흐르는 카리스마를 두 시즌에 걸쳐 지켜보았다.
에스코바르가 죽고 없는 콜롬비아의 마약 장사는 계속된다. 그의 빈자리는 금세 다른 조직에 의해 채워진다. 해안가의 대도시에 가까운 칼리를 근거지로 하는 칼리 카르텔은 에스코바르가 망할 기미가 보이자 바로 메데인 카르텔의 구역을 접수한다. 한국 조폭이나, 남미 카르텔이나 '이 구역은 오늘부터 내가 접수한다'라는 법칙은 똑같은가 보다.
칼리 카르텔의 로드리게즈 형제들은 에스코바르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에스코바르의 '은 아니면 납' 방식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메데인 카르텔은 일단 '회유하고 아니면 총알을 선사'하는 전면전의 양상을 보여왔다. 반면 로드리게즈 형제들은 뒤에서 움직인다. 칼리 카르텔의 실체와 조직, 윗선들을 DEA에서 전혀 알 수 없었다. 에스코바르는 떠들썩했지만 로드리게즈 형제들은 은밀하다. 마약단속국 입장에선 더 잡기 힘든 존재들이다. 마약 팔아 번 돈으로 굴지의 대기업을 여러 개 운영하기 때문에 겉에서만 보면 멀쩡한 기업인들이다. 에스코바르는 무차별 테러였기에 콜롬비아 측에서도 잡으려 했지만 칼리 카르텔은 상황이 다르다. 콜롬비아 정부에 체계적으로 따박따박 로비를 했기 때문에 미국 DEA 말고는 아무도 그들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페냐 요원에게 쉬운 일이란 없는 것 같다. 시즌 1,2의 파트너 머피 요원도 없이 말이다.
시즌 3은 같은 나르코스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 성격이 매우 달라졌다. 잡아야 하는 대상이 달라졌으니 접근법도 달라졌다. 테러집단이 아니라 지능형 범죄 집단과의 전쟁이 펼쳐진다. 전 시즌보다 더 긴박감 있고 한 개의 시즌에서 끝나기 때문에 드라마보다는 좀 긴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에스코바르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가 빠지고 그 빈자리를 DEA 페냐 요원이 채운다. 마약 조직과의 전쟁에 찌들어있는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나르코스 시즌3은 이전 시즌과 내용 연결이 극히 적다. 나르코스에 흥미가 있는 분들은 시즌1, 2를 건너뛰고 시즌3부터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시즌1,2가 에스코바르에 관한 다큐멘터리 같다면, 시즌3은 한 편의 범죄 영화 같고 드라마적 재미나, 긴장감이 더 크다. 대신 카르텔의 카리스마는 시즌3이 덜하다. 매 시즌이 각자의 매력이 넘치는 넷플릭스의 명품 드라마 나르코스를 아직 안 봤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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