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리그' 후기: 완전무결의 드라마

2021. 2. 4. 00:02TV 보는 중

야구가 주요 소재지만, 야구 경기 장면은 손에 꼽히고, 외면은 야구 드라마지만 사실상 오피스 드라마이며, 사내 정치 적폐 청산 드라마를 완주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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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포스터

 

외양은 야구 드라마지만, 야구를 잘 몰라도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야구경기에 대한 룰보다는, 야구를 운영하는 야구단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야구를 해본 사람 보다, 회사생활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스토브리그'란 가을에 정규시즌이 끝나고 겨울 동안 난로(스토브) 앞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선수 영입, 전지훈련 등)하는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5% 시청률로 시작해서 20%로 끝난 최고의 인기 드라마다. 별생각 없이 틀면 끝까지 완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 늘어지기 쉬운 마지막화 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사실 이 드라마는 구구절절 후기가 필요 없다. 

일단 '드라마를 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굳이 길게 써야 한다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야구는 '선수-코치-감독'이 전부였던 일반 사람들에게,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지 고군분투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래서 선수진보다 프런트(야구단 직원-단장-사장-구단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만년 꼴찌팀 '재송 드림즈' 야구단에 특명을 갖고 온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카리스마로 일괄하는 캐릭터(예: 한자와 나오키 등)가 많이 나오는데, 스토브리그는 그러지 않는다. 조곤조곤 상대방을 '요사스러운 입'으로 보내버리면서 조용히 구단내 적폐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그래서 작중 화를 내는 장면이 손에 꼽히는데 '비밀의 숲'의'황시목'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세영 팀장(박은빈 분)  주체적이고, 때로는 사이다도 날리는 멋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 외 다른 팀장들도 회사에서 한 번씩 봤을법한 생활형 캐릭터로 가득 차 있다. 사실상 악역인 권경민 구단주 대행을 맡은 오정세 배우는 단편적인 악역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를 정말 잘 연기한다. 야구단을 해체하려는 그의 행보가 이해되고 악역인데도 연민이 가고 짠한 감정이 느껴진다. 오정세 배우의 연기 신공이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프런트를 제외하고 감독, 코치, 선수를 맡은 배우들도 진짜 선수 출신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연기 구멍이 1도 없는 아주 착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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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영화 '머니볼' 스틸컷

스토브리그를 보기 전이거나, 이미 봤다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도 봐볼 것을 추천한다. 드라마 자체도 머니볼을 참고하고 오마주 한 게 많으며, 드라마와 동일하게 야구는 나오지만 야구영화가 아닌 영화다. 빌리 빈 단장(브래드 피트 분)에서 백승수 단장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스토브리그'는 본래 MBC공모전에서 탄생한 각본이다.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라는 공공연한 방송국 내부 사정에 의해 SBS로 넘어갔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MBC 측에선 아마 배 좀 아프지 않았을까 싶다. 선수들 간, 팀 간에 그냥 시합하고 끝나는 야구가 긴장감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삶이 걸려있고, 가족, 커리어가 걸려있는 직장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시즌2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꼭 나왔으면 하는 드라마다. 우리나라에는 백승수 단장의 손길이 필요한 스포츠(축구, 배구, 빙상연맹 등)가 참 많다. '스포츠 드라마는 뜬다'가 된 스토브리그 시즌2의 제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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