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우먼 1984' 후기: 사랑의 힘이라는 원더우먼의 정체성

2020. 12. 23. 17:44영화 보는 중

예전에는 숱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해서 소규모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보는 게 어려웠었다. 코로나 창궐이 있은 뒤부터는 반대로 숱한 대작들의 개봉 연기 덕에 블록버스터가 귀해진 시대가 와버렸다. 그나마 여름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개봉하긴 했지만, 영화 때문인지 시대 때문인지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VOD로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록버스터 영화를 드디어 관람했다. 영화 '원더우먼 1984'이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컷

 

온라인에 사전 공개되기도 한 영화의 '데미스키라' 오프닝 시퀀스는 과히 압도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아온 블록버스터 영화만의 즐거움을 초반 10분동안 선사하면서, '아 이런 감동도 있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된다. 다양한 장애물 경주를 통해 기본적으로 몸에 배어있는 아마존 여전사들의 신체적 능력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컷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가 구현한 84년의 풍경은 풍요로워 보인다. 80년대를 처음 겪는 스티브 트레버의 시선과 2020년에 극장 의자에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의 시선이 겹치게 되어 모든 게 신기해 보일 정도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스티브 트레버'의 부활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 [스티브 트레버의 부활] - [바바라 미네르바의 빌런화] - [맥스웰 로드의 음모]가 하나의 이야기에 얽혀있다. 원더우먼은 그 세 인물 사이에서 고뇌하고, 망해가는 세상을 목도하고, 히어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액션 영화가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인 액션의 구성은 초반 데미 스키라 시퀀스는 상술했듯 압도적이고, 그 스케일이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편이다. 전작 '원더우먼(2017)'에서 액션신이 다소 작았던걸 비교하면 1984는 그나마 많은 편이지만, 원더우먼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그 액션신들은 다소 빈약한 편이다. 대신 액션들의 나열과 구성은 '일부러 보여주겠다'의 느낌보다 스토리에 녹아들면서 적절히 필요한 구성이었던 건 좋았다. 잦은 개봉 연기 덕에 예고편을 여러 번 보면서 기대에 부풀었다면 실망이 클 거다. 기대했던 황금갑옷의 능력은 몸빵에 그치고, 치타와의 결투는 '이게 전부인가?' 싶을 정도로 싱겁게 끝난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컷

원작의 맥스웰 로드는 정신 조종 능력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욕망 덩어리 사업가의 일반 휴먼으로 그려졌다. 맥스웰 로드는 본인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코피를 흘리는 기믹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오마주 정도로 한 번 보여주는 걸로 끝난다. 대신 치타 역의 크리스틴 위그와, 맥스웰 로드 역의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다. 영화의 결말이 액션 영화로서는 다소 뜬금없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 개연성을 두 배우들이 잡아준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두 배우가 촘촘한 감정연기를 쌓은 덕에 결말 부분이 그렇게 튀진 않는다. 대신 화끈한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실망을 안길 여지는 차고 넘친다. 미리 알아 보는 영화 : '원더 우먼 1984'

 

미리 알아 보는 영화 : '원더우먼 1984'

'원더 우먼 1984'의 개봉(20년 12월 23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블 영화도 그렇지만,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은 그 설정들을 미리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 된다. 그래서 '원더우먼 1984' 예고편에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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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감정선은 다이애나 프린스와 스티브 트레버인데, 두 배우의 연기력 덕에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완벽히 이입된다. 특히 후반부의 00을 겪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한다. 크리스 파인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더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고, 갤 가돗의 감정 연기는 전작 '원더우먼'보다 더 나아서 그녀의 처지에 대해 깊이 공감된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컷

원더우먼을 비롯한, 배트맨, 슈퍼맨 등 DC코믹스의 히어로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배트맨은 열악한 도시의 치안 때문에 부모를 잃은 뒤로 본인이 몸소 자경단 노릇을 하며 고담시의 범죄자들을 때려잡고 다닌다. 그의 근간에는 부모의 복수와 범죄에 대한 분노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늘을 날고,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신체, 그리고 시력, 청력 모든 것에 뛰어난 절대자의 위치의 슈퍼맨은 고향 행성을 잃고 지구에 입양된 외계인이다. 슈퍼맨은 제2의 고향별 지구를 지키기 위해 범죄자를 때려잡는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우월한 능력(신체능력 또는 장비)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을 말 그대로 때려잡는다. 원더우먼은 애초에 다른 히어로와의 차별점을 '사랑'으로 두고 태어난 캐릭터다. 그녀는 사랑으로 세상을 지키고 사랑으로 평화를 구현한다. 원더우먼이 갖는 신체적, 장비적 능력은 슈퍼맨과 배트맨의 그것들과 비교하면 모자람이 없다. 그녀의 능력은 이미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의 둠스데이와의 싸움에서 증명됐다. 그런 그녀가 폭력을 택하지 않고 사랑으로 모두를 구원하고 평화를 지키는 히어로다.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캐릭터의 본래의 정체성에 집중한다. 때려 부수는 시원한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다소 어이없는 스토리일 수 도 있지만 그 자체가 원더우먼의 캐릭터의 정체성인 거다. 그래서 작중 맥스웰 로드도 원더우먼에게 '자신에게 잔소리를 그만하라'는 투로 말한다. 영화에 실망한 이들도 '뜬금없이 교훈을 설파하냐'라고 반응한다. '원더우먼 1984'는 액션으로 밀어붙이는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포기하면서, 원더우먼만이 갖는 '사랑'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운다. 이런 연출에 대해 감독의 선택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최종 흥행성적이 판가름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을 정도다. 이런 시국에 장사가 안될 걸 예상한 대작 영화들의 개봉 연기로 볼 게 없어서 관객들이 극장가를 안 찾아서 인지, 확실히 볼만한 게 있어도 관객들이 전염병 감염이 무서워서 극장을 안 찾은 건지 그간 알 길이 없었다. 이번 '원더우먼 1984'가 팬데믹으로 두려움에 휩싸인 전 세계 극장가를 구원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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