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 후기: 1회 관람으로는 이해불가

2020. 12. 17. 00:05영화 보는 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 아픈 손가락이 된 영화가 최근 VOD로 공개됐다. 영화 '테넷'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테넷' 스틸컷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덩케르크, 인셉션. 찍는 것마다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0년 신작인 '테넷'. 코로나 19의 가혹함은 놀란 감독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2억 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된 테넷은 전 세계 흥행 수익이 3억 6천만 불에 불과해, 통상적으로 제작비의 두배 이상을 벌어야 하는 할리우드 영화 기준에는 사실상 망한 영화라고 봐야 한다. 

 

테넷의 뜻은 시간여행을 통해 세계를 구하는 비밀조직이다. 그 이름은 사토르 마방진에서 유래됐다. 고대 폼페이 유적에서 최초 발견된 이 마방진은 가로방향, 세로 방향으로 읽어도 단어가 만들어진다. 아래 마방진에서 확인되는 사토르, 테넷, 오페라, 아레포, 로타스는 영화 속에서 주요 인물, 장소의 이름으로 활용된다.

S A T O R
A R E P O
T E N E T
O P E R A
R O T A S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중 '인셉션'과 그 성격이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꿈속의 꿈속의 꿈으로 들어갔던 인셉션에는 '킥', '토템', '림보' 등의 용어가 등장한다. 감독이 만들어놓은 인셉션 속 세계관과 그 설정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인셉션은 개봉 당시에도 한번 보면 100% 이해가 안 돼서 N회차 관람이 유행이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팽이가 넘어졌다', '계속 꿈속이다'로 의견이 분분했었다.

 

 

 인셉션 이후 만드는 영화마다 성공했던 놀란 감독은 자신감이 붙을 대로 붙었고, 좀 더 어려운 영화, 한번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서 자신의 작품을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술한 인셉션은 1회 차 관람을 하고 재미를 느낀 관객들이 영화 속 설정에 대해서 알아서 공부한 거라면, 테넷은 필수적으로 공부를 하고 나서 영화를 봐야 하고, 보고 나서도 또 공부를 해야 하는 영화가 돼버렸다. 오죽하면 영화가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이다. 이해시킬 자신이 없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문구이다.

 

(주)디스테이션, 영화 '인셉션' 스틸컷

인셉션은 영화 속 설정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인셉션 전문가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새로운 '건축가'역할을 하게 되는 '아리아드네(엘리엇 페이지)'에게 역할의 중요성과 단계별로 설정들을 하나씩 짚어주면서 인셉션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해준다. 관객들은 극 중 아리아드네에게 몰입하면서 인셉션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테넷에서도 '닐'은 '주도자'에게 인버전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극 중 상황의 긴급성 때문에 짤막하게 설명하고 넘어간다. 인셉션은 설명한 것들 내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테넷은 설명 외의 것들로 영화가 이루어진다. 영화라는 게 관객에게 해설 잘했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 대부분을 이해 못 시켰다면은 그것은 영화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테넷이 재미없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그저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으로 보면 다소 실망스러울 뿐이다. 2억 500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나 되는 남(투자자들)의 돈으로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밀어 부칠 수 있는 감독은 현시대에 크리스토퍼 놀란 정도밖에 없을 거다. 그런 그의 영화가 다소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영화적 재미는 기본 이상 한다. 복잡하고 말 많은 영화, 테넷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1. 이해하지 말고 느끼기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머리 아픈 설정들을 공부하는 것보다 그저 블록버스터 영화로 즐기는 방법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테넷' 스틸컷

 

2. 007 영화 정도로 이해하기

감독 스스로 인터뷰에서 007 시리즈 같은 첩보 액션 영화를 찍고 싶어 만든 영화라고 했다. [테넷이라는 비밀조직과, 사토르 일당으로부터 세계 파괴를 막는 영화]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싶다

 

3. 터미네이터로 이해하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그 터미네이터 맞다. 터미네이터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파괴하기 위해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이동을 했었다. 'I'll be back' 의 가슴 뜨거웠던 감동을 테넷 결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4. 시간여행물로 이해하기

시간여행을 다루는 영화, 드라마 중에 평행우주가 존재하는 세계관도 있다. 가장 단적인 예는 드래곤볼 Z의 셀편. 테넷에서는 평행우주까지 설정은 없고 그저 하나의 타임라인에 시간여행을 할 뿐이다. 백 투 더 퓨처 같은 시간여행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테넷' 스틸컷

5. 인버전 이해하기

영화 속 설정중 여러 가지가 나오지만 '인버전'만큼은 알아두는 게 좋다. 다행히 감독도 인버전은 시간을 들여서 설명을 해준다. 1시간 전의 과거로 가기 위해 되감기를 해야 한다. 빠른 속도의 되감기가 아니라, 같은 속도로 1시간을 들여 되감는 거다. 그렇게 해서 1시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라는 존재는 2명(원래의 나, 되돌아가서 다시 재생하는 나)이 존재한다. 그리고 되감고 있는 또 다른 '나'도 목격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3명이 존재하고 시간여행을 반복할수록 그 인원은 더 늘어난다. 인버전을 하는 수단은 '회전문'이고, 되감기 하는 동안에는 기존 세계의 공기가 아닌 인버전 세계의 공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버전 중에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한다.

 

6. 나무 위키 등을 통해서 설정을 공부하면서 이해하기

영화를 보는 가장 안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뭔가를 공부해야 이해되는 영화는 별로지만, 이 게 테넷만의 매력이라면 그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테넷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면 N회차 관람하면서 아래 설정을 같이 공부한다면 영화가 의도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무위키 : 테넷 / 설정

나무위키 : 열역학 법칙

나무위키 : 자유의지

나무위키 : 할아버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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