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0. 00:02ㆍ재미로 영화 읽기
일본 애니는 싫어해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에서 나온 영화가 아닌,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구분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고,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편만 본 사람은 없다. 그의 연출작 중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나온 장편 애니메이션은 아래와 같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이웃집 토토로 (1988)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붉은 돼지 (1992)
모노노케 히메 (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벼랑 위의 포뇨 (2008)
바람이 분다 (2013)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라면 가장 많이 접했던 뉴스는 '은퇴작'이다. 그는 그만큼 은퇴와 복귀를 반복해왔었다. 그의 최초 은퇴작은 모노노케 히메(1997)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작 '모노노케 히메'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대박을 치고,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애니메이션 작업 특성상 미야자키 감독은 지칠 대로 지친다. 그는 2선으로 물러나 각본, 기획 정도만 참여하려고 했으나, 어른들의 사정으로 다시 소환된다. 지브리 소속의 신인감독이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했다고 해야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그는 은퇴와 복귀가 반복된다. 그의 나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당시 환갑이고, 2020년 기준으로 현재 80이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아 작품 간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센과 치히로 행방불명(2001) 이후의 연출작이 벼랑 위의 포뇨(2008) 7년이나 차이가 난다.
2013년, 그의 공식 은퇴작 '바람이 분다'가 공개됐었다. 한국은 당시 일제시대였고, 세계 2차 대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전투기 '제로센'의 비행기 설계사의 삶을 다루는 '바람이 분다'가 공개됐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개봉 당시 한국 내 반응은 좋지 않았고 흥행도 그저 그랬다. 필자 역시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다 챙겨봐 왔지만, 그의 은퇴작인 '바람이 분다'만큼은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고 꺼려지는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2017년, 그의 복귀작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년간 쉬면서 지친 체력을 많이 회복하셨나 싶다. 요시노 겐자부로의 1937년 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소식이다. 중학교 2학년의 '코페르'의 학교생활(왕따, 학교폭력)과 그의 외삼촌과의 멘토링을 다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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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는 원작의 설정과 내용만 따오고 장르는 미야자키의 장기인 판타지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보통 지브리는 1개월에 10분 분량을 만들었지만, 그의 진짜 마지막 작품이기에 데드라인 없이 퀄리티만 신경 써서 1개월에 1분 분량으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1년이면 12분 분량이고, 현재 3년이 지났으니 36분 정도가 된다. 앞으로 3~4년은 더 기다려야 90분 정도의 장편 분량이 나온다. '그대들..'이 공개될 때 미야자키의 나이를 생각하면 진짜 은퇴작이 될 듯싶다.
지브리는 본래 자신들의 작품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가 있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그대들'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북미에서는 'HBO맥스'에 공개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넷플릭스에서 전부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복귀작이자 은퇴작이 될 작품이 나올 때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그가 지나온 작품들을 복기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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