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후기: 기-승-전-간달프에 빛나는 서막

2021. 1. 1. 00:02영화 보는 중

기-승-전-간달프에 빛나는 호빗 시리즈의 서막

 

왕의 귀환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끝나고. 10년 만인 2012년, 새로운 중간계 땅(Middle Earth) 이야기가 돌아왔다.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스틸컷

 

호빗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반지 원정대(2001) 초반에 프로도 배긴스에게 반지를 넘기는 삼촌 빌보 배긴스의 이야기가 호빗 시리즈의 주 내용이다. 평화롭고 자신들의 터전 샤이어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호빗 빌보가 어떻게 모험가가 됐고, 절대 반지를 손에 넣었으며, 온갖 보물들(미스릴 갑옷, 검 스팅 등)을 갖고 있는지 호빗 시리즈에서 설명된다. 그래서 호빗을 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봤던 반가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학생을 가르치던 J.R.R 톨킨 옹은 시험지를 채점하던 중 백지를 낸 학생의 답안지를 보고 수업 중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 사이에 어떤 영감이 떠올라, 그 종이에 쓴 문장이 소설 호빗의 첫 문장이 된다.

In a hole, in the ground, there lived a hobbit
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J.R.R 톨킨 옹의 소설 '호빗'은 본래 자신의 아들에게 자기 전에 해주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호빗은 아동용 소설을 타깃으로 쓰인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의 암울하고 (반지에) 중독돼있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호빗을 쓸 때만 해도 중간계 땅의 세세한 설정들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쟁이, 마법사, 호빗, 사라지는 게 전부인 마법 반지, 보물을 지키는 용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다.

호빗 - 일러스트판
국내도서
저자 : J.R.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 이미애역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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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작품성,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성황리에 막이 내렸다. 할리우드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는 호빗 시리즈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다. 본래 피터 잭슨 각본에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으로 제작을 준비했지만 그가 하차하게 되면서, 피터 잭슨이 1년 반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영화 제작을 준비한다. 그리고 2012년부터 1년에 하나씩 영화가 아래와 같이 개봉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2013)
호빗 : 다석 군대 전투 (2014)

 

 

 

 

영화 '호빗'은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걸 강조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익숙한 캐릭터들(나이 든 빌보, 프로도, 엘론드, 갈라드리엘 등)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는 반지 전쟁의 약 80년 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젊은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와 항상 중후한 멋에 지혜로운 마법사 간달프가 등장한다.

 

원작 소설을 한번 접해봤다면 호빗은 스토리 진행이 꽤 빠르고 분량도 적다는 걸 알 거다. 톨킨 옹이 중간계 땅의 캐릭터와 역사를 집대성했다는 실마릴리온은 대백과사전을 보는 느낌이다. 영화 호빗은 흐름이 느리다. 그래서 원작 소설보다 실마릴리온을 보는 느낌이다. 샤이어의 세세한 풍광들을 천천히 보여주고, 샤이어를 벗어나 중간계 땅을 (뉴질랜드 로케이션) 세세하게 비춰준다. 톨킨이 글로써만 창조해낸 중간계 땅이 실제로 이렇겠구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실미릴리온을 하나씩 읊어주는 것 같다. 영화 내 설정의 설명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흐름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실마릴리온 1 (보급판)
국내도서
저자 : J.R.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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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대하고 봤다면 합격점은 넘는다. 오크들의 계속되는 추격과, 후반부 고블린 떼와의 전투는 확실히 스펙터클한 맛이 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다소 떨어진다. 아무래도 작중 상황이나 분위기가 암울했던 반지 전쟁과는 다른 탓도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과는 별개의 영화로 본다면 기본 이상은 하는 하이 판타지물 영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스틸컷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사건의 해결 방식이 기-승-전-간달프로 끝난다는 점이다. 간달프가 말이 필요 없는 현자이자 대마법사인 건 사실이지만 그에게만 의존해서 플롯을 해결하는 게 너무 심하다. 간달프의 해결을 위해 기승전까지 발생하는 문제들은 난쟁이들 몫이다. 오랜 떠돌이 생활을 했다기에 지혜가 부족하고, 싸우다가 바로 사로잡히고, 항상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 난쟁이들의 작중 활약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소린과 그의 12 가신들이 전체 스토리의 주역인데 소린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기화 된다. 누가 누군지 구분이 힘들고, 캐릭터들마다 개성이 거의 없다. 그나마 소린에 대한 충성을 바치는 흰 수염과, 레골라스처럼 활을 멋있게 쏘는 난쟁이가 전부다. 

 

왓챠의 12월 신작 공개 리스트 '헐왓챠'에 호빗도 올라가 있다. 반지의 제왕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이제야 찾아보는 호빗 시리즈지만, 톨킨이 창조한 중간계 땅은 여전히 신비롭다. 호빗 시리즈를 아직 안 봤다면 공개일에 맞춰서 정주행 하는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톨킨이 창조한 정통 서양 판타지
추천 포인트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신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기승전결을 갖춘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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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정 이후의 두 번째 호빗 시리즈를 관람했다.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다. 우선 이 영화는 3부작 중 2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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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피터 잭슨 감독은 중간계 땅 전문가라고 불러줘야 할 판이다. 톨킨 옹의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6편이나 채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문가 치고 호빗 시리즈 1, 2편에서 좀 삐걱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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