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6. 00:02ㆍ영화 보는 중
뜻밖의 여정 이후의 두 번째 호빗 시리즈를 관람했다.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다.
우선 이 영화는 3부작 중 2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대단원의 막을 위해 달리던 중 허겁지겁 끝날 수 가 있으며, 이야기를 하다만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문제는 그래도 너무 그렇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3부작을 회고해보자. 반지의 제왕 2편 '두 개의 탑'은 왕의 귀환이라는 마지막 챕터를 가기 위한 두 번째 이야기다. 하지만 헬름 협곡 전투라는 닫힌 스토리 안에서 이루어졌고, 3편에서는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줬다. '스마우그의 폐허'는 그 제목답게 스마우그만 보여주다 끝이 났다. CG팀을 갈아 넣은 것 같은 스마우그의 표현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특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져 까탈스러우면서 위엄 있는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영화 중반부 계곡에서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는 훌륭했다. 갑옷이나 변변한 무기 없이 물 위 술통에 떠다니는 채 오크들과 싸우는 전투씬은 전투에 강한 드워프라는 종족의 특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거기에 오랜만에 보는 레골라스도 반가웠다. 타우리엘과 같이 보여주는 전투민족(?) 엘프다운 액션신은 반지의 제왕 때나 호빗 때나 명불허전이다.
난쟁이들은 뜻밖의 여정 때부터 '전문 인질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사로잡힌다. 사로잡히는 횟수만 총 5회(트롤-고블린-거미-엘프-호수마을)에 다다른다. 플롯의 전개상 어쩔 수 없는 희생양들이 필요하는데 드워프들에게만 너무할 정도로 몰빵한다. 작중 마법사 간달프와 점차 각성하는 호빗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너무 안이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물론 난쟁이들이 협심해서 에레보르에서 스마우그와 싸우는 모습은 역동적이고 괜찮았다. 간달프는 반지의 제왕 때나 호빗 때나 프로 불참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항상 원정대에서 나와 따로 움직이는데 3부의 스토리 진행을 위해 그런 거 같다.
호빗 시리즈는 3부작으로 만들었지만 크게 보면 2부작에 가까운 형세다. 1,2부가 서막에 불과하고 본론은 3부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2부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는 할 수 없고 3부로 넘겨야 한다. 그래도 여정의 목적지인 외로운 산의 스마우그까지 만났고, 사이사이 볼만 한 액션신을 끼워 넣었으며, 3부에 있을 대규모 전쟁의 떡밥을 잘 포진해놨다. 그래도 뒤를 닦다 만 듯한 엔딩 요정은 해도 너무 한 거 같다. 지금이야 바로 다음 편을 틀면 되지만, 개봉 당시에는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했을 테니까 말이다.
3부작의 총제작비는 약 5억 달러 정도. 이미 1부 뜻밖의 여정에서 10억 불을 벌어들였으니 제작비는 다 회수했다. 남은 2, 3부의 흥행성적이 100퍼센트 순익에 해당한다. 2,3부 각각 10억 달러 좀 못 미친 9.5억 달러씩 벌어들였다. 이 정도면 왜 굳이 영화사에서 3부작으로 쪼갰는지 이해가 되긴 하다.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의 돈방석을 포기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톨킨이 창조한 정통 서양 판타지 | ||||
추천 포인트 | 호빗 3부작을 정주행 중인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스마우그의 활약을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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