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 00:29ㆍ영화 보는 중
2021년 새해가 밝은 1월 1일,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오리지널 영화가 공개됐다. 영화 '차인표'다.
영화 '차인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애초에 극장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한 영화다. 안타깝게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콜', '승리호'처럼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로 직행한 케이스다. 이런 경우는 영화 제작비에 10~20% 정도를 추가한 금액 정도로 넷플릭스가 구입을 하고, 흥행성적에 따른 러닝개런티 같은 건 없다. 영화사업이 한번 봇물이 터지면 대박이 되는 걸 감안하면 제작사 입장에선 상당히 불리한 거래지만, 이런 어려운 시국에 본전이라도 챙기는 게 괜찮을 수 있는 조건이다.
이 영화는 차인표를 하루아침에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했던 재벌 2세의 이미지 + 가죽점퍼에 오토바이 (포스터 참고) + 색소폰 연주 + 큰 키에 몸짱 + 해외 유학파 + 검지를 좌로 우로 흔드는 모션] 차인표는 이 모든 걸 드라마 한 편에서 다 소화하면서 최고의 TV스타가 됐다. 극 중 상대역이었던 신애라 배우와 결혼하고, 이혼이 흔한 연예계에서 지금까지도 잉꼬부부로 살고 있다. 그래서 차인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이해가 쉽겠지만,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을 수도 있다.
차인표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쉬리(1999)'의 송강호 역할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었다. 한국영화에서 쉬리의 위치가 어느 정도냐면, 그전에는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사람들이 거의 보질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낮고, 유치하고, 뻔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다가 한국영화도 이제 할리우드 영화에 비견해볼 만한 완성도와 흥행성을 보여준 첫 작품이 '쉬리'였다. 송강호 배우는 '쉬리'에 출연 전에는 '넘버 3'에서 인상적인 조연, 즉 신 스틸러로서 주목을 받았던 게 전부였다. 지금의 송강호를 생각하면 믿지 않겠지만, 쉬리 개봉 당시에는 송강호의 연기력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차인표와 관련된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007 시리즈 캐스팅 일화다.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007 어나더 데이(2002)'의 메인 악역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으나 거절했었다. (지금으로 치면 마블 영화 캐스팅 제의를 자발적으로 거절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유는 남북관계를 왜곡하고 북한을 비하한다는 영화의 내용 때문이다. 결국 그의 역을 한국계 배우인 '릭 윤'에게 넘어갔다. 공개된 007 어나더데이는 영화의 스토리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려서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제작사는 007 배우를 피어스 브로스넌에서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로 갈아치우면서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영화가 007 카지노 로얄이다).
90년대 슈퍼스타 이후 안정적인 연기, 꾸준한 이미지 관리로 대중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배우 차인표는 상술한 이미지들을 적극 결합해서 영화 '차인표'로 나왔다. 그의 이미지를 알면 영화 속 그의 모습들이 이해가 되고, 재밌게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영화 자체가 재미 없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중인 차인표는 우연찮게 넘어져 온 몸에 흙탕물을 뒤집어쓰게 되고, 등산객이 알려준 학교 체육관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게 된다. 문제는 그 건물이 철거 직전 건물이었다는 점. 차인표가 씻고 나가려는 순간 건물을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그는 나체 상태로 구조 요청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영화의 장르를 굳이 꼽으라면 재난+코미디 정도 되는데, 재난의 규모(피해자가 차인표 1명)는 작다. 그나마도 생명에 위협이 없는 상태여서, 다 벗은 상태로 나가면 그간 쌓아 올린 배우 이미지에 타격이 크다며 고민하면서 구조요청도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은 무사해서 애꿎은 매니저만 달달 볶는 장면만 반복된다. 그래서 영화의 대부분 상황에서 SNL 코리아 '극한직업'의 유병재의 코미디가 연상된다. 문제는 '극한직업'만큼의 재미도 없다는 거다. 누군가를 웃긴다는 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치밀한 각본과 감독의 연출력,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여야 하는데 이 3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각본)과 표현하는 장면(연출), 그리고 계속 진지하기만 한 차인표(배우). 그래서 러닝타임 100분 동안 단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비슷한 재난 상황인 하정우 주연의 '터널'이 코믹스러운 상황이 꽤 나왔던걸 비교하면 이 영화가 얼마나 못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사건사고가 많은 연예계에서 30년 가까이 올바르고 반듯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50대 중반의 나이에 여전히 근육질의 날씬한 몸짱인 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본인 이미지에 득 될 것 없는 (한물 간 배우) 역할, 본인 이름을 타이틀로 건 부담 백배 영화, 그런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는 걸 감안하면, 그의 모든 시도는 박수받을만하다. 이번에는 그냥 그랬지만, 앞으로 더 재밌고 좋은 작품에서 만날 '차인표'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자기 비판 블랙 코미디 | ||||
추천 포인트 | 넷플릭스 구독중인 차인표의 팬인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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