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3. 00:02ㆍ영화 보는 중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 3번째 영화화된 작품을 왓챠를 통해 관람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이다.
본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1, 2편은 디즈니에서 제작했으나, 흥행이 애매했는지 판권을 20세기 폭스에 팔아버렸다. 그래서 3편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20세기 폭스 로고가 박힌 채 극장 상영이 됐다. 대신 슈렉 감독으로 유명한 1, 2편의 앤드류 아담슨이 3편의 제작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4편인 '은 의자'의 제작이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판권이 2018년 넷플릭스로 넘어갔다.
나니아 연대기는 영국의 소설가 C.S 루이스의 총 7편의 판타지 소설을 일컫는 말이다. 반지의 제왕이 어른용이라고 한다면, 나니아 연대기는 아동용을 타깃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주인공인 펜번시 가문의 4남매의 이세계물에 가까우며, 나니아 세계의 모험을 통한 성장물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나니아 연대기를 연대순(괄호는 출판연도)으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마법사의 조카 (1955)
사자와 마녀와 옷장 (1950)
말과 소년 (1954)
캐스피언 왕자 (1951)
새벽 출정호의 항해 (1952)
은 의자 (1953)
최후의 전투 (1956)
작품 내 연대순과 출판 순이 일치하지 않으며, 디즈니-20세기 폭스의 영화화는 출판 순으로 되었다.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은 '모험극'이다. '새벽 출정호'라는 거대 범선을 타고 대양을 가르며, 섬과 섬을 오가며 여행을 한다. 원작 소설도 이런 대항해 모험극이 재밌게 그려졌는지, 7권의 소설 중 모험소설로서 몰입도와 인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영화 '새벽출정호의 항해'를 보면 왜 예전에 '물이 나오면 망한다'라는 할리웃의 법칙이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이 법칙은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로 깨지게 된다). 배 위에서 하는 모든 게 지루해 보인다. 분명 대양을 항해 중인데 답답해 보인다. '새벽출정호'정도의 사이즈면 작은 배가 아닌데 좁아 보인다. 선원들의 옷차림은 이제 막 세트장을 벗어난 초보 연기자들이 가득 찬 것처럼 깔끔해 보인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참고했어도 됐을 텐데 왜 안 그랬는지 의문이 든다.
사라진 일곱 영주의 7개의 마법의 검을 모아야, 녹색 안개의 위험으로부터 나니아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섬과 섬 사이를 오가면서 영주의 흔적을 뒤쫓고, 그들이 남긴 검을 모은다. 7개를 모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 볼'이 떠오른다. 하지만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당연히 그만큼 재미도 없다. 마법 세계를 탐험하지만 신비롭지 않다. 마법이 있고, 수인들, 난쟁이들을 만나고, 모험을 하는 이세계물이지만 모든 것이 진부하게 느껴진다. 1편부터 이어져온 아역 출신 배우들의 연기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못한다. 그나마 카메오로 출연하는 얼음마녀(틸다 스윈튼), 비중이 적은 아슬란(리암 니슨), 제일 볼만한 리피칩(사이먼 페그)이 만회한다. 그 외에는 이해 안 되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어서, 각 행동들이 다 뜬금없다.
연출은 조악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10년 전 영화라고 해도 영상화질이 너무 떨어진다. 필터 좀 끼웠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로 화면 때깔이 좋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카메라 워크도 많다. 배안에서 찍었다고 카메라마저 같이 흔들리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다. 다른 부분들이 워낙 조악해서 '편집도 별로였나'라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작중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녹색 안개'는 전혀 위협적이지 못하다. 중반부에는 '대체 저게 뭐였지?' 싶을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 후반부에는 정확한 설명도 없이 영화가 끝난다. 녹색 안개의 표현도 그래픽 수준이 떨어진다. 90년대 영화인지, 2010년도 영화인지 싶을 정도다.
디즈니에서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부러워서 시도했던 나니아 연대기 영화화였다. 반지의 제왕만큼 흥행이 잘되지도, 아카데미를 휩쓸지도 못했다. 이제 비싼 판권을 가져간 넷플릭스는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C.S 루이스 원작의 서양 판타지 영화 | ||||
추천 포인트 |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정주행 중인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대항해 모험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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