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 00:02ㆍ영화 보는 중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영화 '헌트'는 그간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액션 스릴러 영화를 표방한다. 사실 블룸하우스는 호러 영화를 잘 만들고 흥행에도 대박을 냈지만 '위플래시', '퍼지 시리즈'등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꾸준히 만들어왔다. 블룸하우스의 최고 장점은 제작비 대비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는 '가성비'인데, 영화 '헌트'는 20년 3월에 개봉해 1400만 달러(블룸하우스 치고 꽤 높은 편)로 만들어 1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가성비는 실패한 영화다. 극장 흥행만 보면 망한 걸로 보이지만, 원체 적은 제작비 덕에 VOD, OTT 서비스 등으로 2차 시장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금액이다.
[분명 어젯밤에 집 근처에서 맥주 한잔 하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상한 곳에 누워있다. 그리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고 자물쇠가 채워져서 풀 수도 없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처지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의문의 총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 그렇게 사냥(HUNT)이 시작된다.]
상술한 줄거리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스토리다. 메이즈 러너, 배틀 로얄, 헝거 게임 등 우리는 이런 서바이벌류의 영화들을 익히 봐왔다. 블룸하우스는 서바이벌 영화의 '클리셰'를 영리하게 비트는데, '아 쟤가 주인공이겠구나'하고 생각하면 과감히 엎어버리는 장면을 장장 20분 넘게 보여준다. 그리고 진짜 주인공을 뒤늦게서야 보여주면서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영화 '헌트'는 원래 미국 영화니까 자국 내 정서를 충실히 반영했는데,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거다. '영화'라는 예술은 각 나라의 문화의 모습을 담은 결정체니까 말이다 문제는 '헌트'가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사냥하는 행태는 익숙하지만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사실 살짝 이해가 되진 않는다. '레드넥'으로 대표되는 중서부 보수진영과 화이트칼라로 보이는 진보 진영의 다툼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던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그런 걸 이유로 내세워서 영화로까지 만들만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올드보이'는 원작 속 감금의 이유가 좀 난해한 편인데, 박찬욱 감독은 영화화하면서 인류 보편적인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 요소에서 따오는 걸로 변경했다. '헌트'도 이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사냥의 이유에 당위성을 좀 더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영화는 볼만하다. 블룸하우스 치고 꽤 예산을 투입한 듯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고, 영화 속에서 '여전사'가 보여주는 액션은 언제나 반갑다. 다만 블룸하우스 만의 장점이 흐릿한 건 아쉽다. 단순히 호러, 공포스러운 게 아닌, 어떤 장르를 빌어와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했던 그 장점 말이다. '헌트'는 '배틀로얄'로 과감히 시작해서 '올드보이'스러운 사냥의 이유를 제시하고 '킬빌'로 마무리한다. 마침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는 상태이므로 적당한 킬링타임용으로 보겠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배틀로얄+올드보이+킬빌을 적당히 잘 섞은 영화 | ||||
추천 포인트 | 장르적 관습을 비트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블룸하우스표 스릴러 영화를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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