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윈드 리버 감독판' 후기: 복수는 차가울 때 해도 맛이 없다

2021. 2. 2. 00:02영화 보는 중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의 연출작을 왓챠로 관람했다. 영화 '윈드 리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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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픽쳐스, 영화 '윈드 리버' 스틸컷

이 영화의 제목인 '윈드 리버'는 미국 와이오밍주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뜻한다. 와이오밍주는 광활한 주 면적에 비해 인구수는 57만 명에 불과해, 인구밀도가 미국에서 알래스카 다음으로 가장 낮다. 미국인들도 잘 모르고, 되려 다른 나라로 인식할 정도로 미국 내 인지도가 낮은 주이다. 

 

이 영화는 미국 내 아메리카 원주민, 소위 인디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백인들에게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내몰려 사는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미국 내에서 낮은 교육 수준과 각종 범죄에 노출돼있으며, 제대로 된 경제적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범죄 영화에 나오는 흑인들의 삶과 거의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의 실종 문제를 다루고 있다. 포식 독물(늑대, 퓨마 등)을 사냥해 양, 말등을 지키는 야생동물 사냥꾼 코리(제레미 레너)는 설원에서 맨발의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은 코리에게 살인사건 수사협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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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픽쳐스, 영화 '윈드 리버' 스틸컷

상술했듯 이 영화의 감독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와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쓴 타일리 쉐리던이다. 그래서 윈드리버를 감상할 때 두 영화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앞선 두 영화는 황야의 삭막함이 주 배경이었다면, 윈드리버는 마음속까지 시린 설원이 주 배경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 주거지의 풍경은 아름답다고 느낄 수 도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삶은 황폐해 보인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복수극'이다. 작중 코리는 3년 전에 이 살인사건과 비슷하게 자신의 딸을 잃은 경험이 있다. 그 아픔 때문에 아내와 이혼해, 아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그래서 사건 피해자 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면서, 법적 처벌이 아닌 사적인 복수를 다짐한다. 여기서 다루는 복수극은 통쾌하지 않다. 그래서 뒷맛이 개운치 않고 씁쓸하다. 복수를 하더라도 피해자 가슴속에 새겨진 상처를 사는 동안 계속 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집중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감내. 그들에게 어설프게 위로와 격려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들의 삶을 짧게 비춰준다.

 

'윈드 리버'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불필요한 대사는 걷어내고, 그저 묵묵히 윈드리버의 풍경만 보여준다. 쓸데없이 캐릭터들을 많이 두지 않았으며,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모습도 굳이 일부러 동정심을 일으킬만한 장면도 없다. 복수라는 과잉의 감정도 그리지 않는다. 그저 영화 후반부에 설원을 울리는 총성 한발 한 발로 복수를 행한다. 


마블 영화의 팬이라면 익숙한 제레미 레너와 엘리자베스 올슨이 주연을 맡았다. 제레미 레너는 다른 영화(예:허트 로커)에서 검증된 연기력으로 영화를 이끈다. 영화의 분위기답게 깔끔하고 깊이 있게 코리 캐릭터를 표현했다. 질 떨어지고, 감정과잉의 수준 낮은 영화들에 질렸다면 영화 윈드리버가 색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테일러 셰리던의 다른 두 영화(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도 같이 보는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통쾌함을 걷어낸 복수극
추천 포인트 테일러 셰리던의 전작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총격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