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맬컴과 마리' 후기: 지난한 연인간의 말다툼

2021. 2. 6. 12:23영화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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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영화 '맬컴과 마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맬컴과 마리'가 새롭게 공개됐다. 이 영화를 공개와 함께 굳이 챙겨본 이유는 감독도 주연도 아닌 타임지 선정 2021년 기대 영화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타임지를 따로 읽어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영향력을 맹신한 적도 없다. 다만, 매년 무수히 많이 쏟아지는 영화들 중 39편에 꼽힌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리스트 중에 있던 다른 영화인 '화이트 타이거'를 보고 만족했던 기대심이 작용한 이유도 있다.

 

영화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영화감독 '맬콤(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 영화가 첫 공개되는 프리미어 시사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그의 여자 친구 '마리(젠데이아 콜먼 분)와 집으로 돌아온다. 맬컴은 그간의 고생을 인정받고 앞으로의 탄탄대로만 펼쳐질 것 같은 황홀함을 느끼면서도 어딘가 싸늘한 마리를 눈치채고 '뭔가 삐친 것 같은데? 뭐 때문에 화난 건데? 알려주면 안 돼?' 라며 전형적인 연인 간의 말다툼의 레퍼토리를 시작한다. 

 

누군가와 연애를 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혹은 결혼 후 부부싸움을 실컷 해봤다면,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영화에서였다면 한 씬에서 끝났을 장면이 이 영화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을 꽉꽉 채우는 감독의 연출 신공과 두 배우의 연기 신공이 펼쳐진다. 두 배우는 엄청난 대사량을 토해내면서 자신들의 감정을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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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영화 '맬컴과 마리' 포스터

 

 

'연인 간의 싸운다'라는 게 영화의 전부 인 만큼 끝에는 칼부림(혹은 미국이니까 총부림)이 나겠구나.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2시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는 건 힘들기 때문이다. '집어던지고, 서로 온갖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최악의 결과가 펼쳐지겠구나' 했지만 감독은 참 영리하게도 그런 예상을 모조리 비껴간다. 적당선의 갈등과 톤을 유지하면서 일방이 말하면 상대방은 계속 들어주면서 말을 곱씹으며 상처를 받는다. 그리곤 수 분 후에 반대로 바뀐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배우 간의 티키타카가 영화 속에서 펼쳐질 뿐이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마카로니 치즈를 저렇게 까지 우걱우걱 먹을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한 먹방을 보여주고,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연기를 선보인다. 마리 역의 젠데이야의 감정연기가 특히 뛰어난데, 상대방에게 매번 실망하면서도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는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한정된 장소에서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과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한 타인은 중반부 이후 폭로로 펼쳐지는 반전이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면, '맬컴과 마리'에는 그런 극적인 장치 같은 건 없다. 대신 작중 맬컴이 제작한 '영화 한 편'에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아낌없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가는데, 그 흔한 플래시백(예: 과거 회상 장면) 없이 담담히 저택을 계속 비춘다. 그리고 적당한 조명과 흑백의 톤으로 배우의 감정선을 차분히 표현한다.

 

어설프게 돈만 바르고, 대충 음악 깔아서 감동 주고, 카메라를 돌리면서 놀라게 하는 이런 허접한 영화들에 질렸다면, 그리고 넷플릭스를 구독 중이라면, 영화 '맬컴과 마리'를 추천한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 그리고 '이런 영화도 꽤 재밌구나'를 느낄 수 있다. 예술영화랍시고 머리 아프지도, 이해가 안 되지도 않으면서, 배우들의 생활연기와 이를 포착해서 담담히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한 영화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독립 영화
추천 포인트 다른 연인들의 말싸움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특별한 사건없이 흘러가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