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 후기: 가족간의 대화가 필요해

2020. 12. 1. 00:02TV 보는 중

제발 너네끼리라도 대화 좀 하면 안 되겠니?

 

슈퍼 히어로물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이다.

NETFLIX,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 포스터

 

우리는 이미 DC, 마블의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미국 히어로물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히어로 또는 히어로 집단이 나오고, 도시,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 악당들과 싸운다'라는 포맷은 디테일만 조금씩 바뀐 채 계속 반복되어왔다. 엄브렐라 아카데미도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히어로 집단이 뭉친다'라는 기본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빌런들과 싸우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보다 가족간의 갈등과 반목, 화해에 집중하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1989년 10월 1일, 단 하루 만에 만삭이 되고 출산된 43명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난다. 괴짜 천재 과학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는 그중 7명을 입양해 다가올 지구의 위기에 대비해 히어로로 키운다. 하그리브스 가에 입양된 아이들은 서로 형제, 자매라 부르며 하나의 가족으로 성장한다. 2019년,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히어로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라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동명의 코믹스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림 작가는 '가브리엘 바', 스토리 작가는 미국의 록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보컬인 '제라드 웨이'이다. 코믹스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불리는 '아이스너 상 시상식'에서 2008년 최우수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단행본은 총 3권이고 국내 정발은 2권까지 됐다. 1권 악마의 조곡, 2권 댈러스, 3권 호텔 오블리비언. 드라마 시즌1은 1권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크호스, 세미콜론, '엄브렐러 아카데미' 코믹스

 

상술했듯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가족에게 충분히 받았어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레지널드'는 7명의 아이들을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보다는 양육자의 마인드가 강하며, 아이들을 지구를 지키기 위한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이름도 붙여주기 싫어서 넘버 1~7 번호를 붙여서 부른다.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인간의 외형을 한 안드로이드다. 사람의 따뜻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로봇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존재다. 그나마 침팬지 '포고'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대화가 가능하고, 아이들의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그 역시 '레지널'의 동반자 역할이기에 아버지 역할에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평범하지 않은 능력과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모두 내면이 일그러져있다. 서로간의 질투와 반목, 심각한 애정결핍으로 서로 가족이라고 부르기만 하지,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 드라마 중반부까지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는 대화의 부재로 발생한다. 대화를 시도하지만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고, 하려는 말을 다 하지 못한다. 문제는 모든 갈등을 이런 식으로 발생시켜서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 목격, 해결 - 다른 사람과 공유 안 함 - 앞선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 발생]의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서로 공유하고 알려주면 해결될 일들이 자꾸 쌓인다. 2시간짜리 영화에서 이렇다면 괜찮겠지만, 10부작 드라마에서는 연속 드라마로서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다.

 

 

 

생각해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그리는 가족간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들 가족의 모습과 흡사하다. 가족 간에 대화가 단절돼있다시피 하고, 대화 좀 하면 싸우면서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 화해는 물론 얼굴도 안 보는 그런 가족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 주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가족 간의 파국이 종국에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출되는데, 이 것 역시 가족 간의 화합만으로 해결됨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의 기본 베이스는 '히어로'드라마다. 판타스틱4, 엑스맨, 어벤저스처럼 7명의 아이들이 제각각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어떤 사건의 해결 과정을 통해 히어로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연출 하나면 그 특성을 시청자에게 쉽게 각인시킬 수 있다. 아역배우들이 은행강도 사건을 해결 과정 중에 보여주긴 하지만, 성인이 됐을 때는 그런 연출이 없다. 그래서 아역들이 커서 누가 됐는지 분간이 안돼서 누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중반부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히어로의 능력을 보여주기 보다 개개인의 성격과 결함, 개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을 의미 없이 나열한다. 드라마를 진득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연출이지만 너무 지루하고 흐름을 길게 끌고 간다. 8부작 정도로 편집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의 고질병이다.

 

사건의 진행을 위해서 발암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도 문제다. 전후 과정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설명했는데도 짜증이 나고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 발암 캐릭터라도 애정과 연민, 동정심이 가야 되는데 그런 거 없이 짜증만 계속 난다면 작가의 필력과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의심을 해봐야 한다. 되려 악당 역할인 '헤이즐과 차차'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히어로들보다 그들에게 연민이 가고 동정이 간다. 

 

NETFLIX,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 스틸컷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10화에서 드러난다. 그간 삼진아웃, 플라이 볼을 쉴 새 없이 하더니, 마지막 회에서 연속 안타를 치면서 만회한다. 1~9화 동안 꾹꾹 눌러 포갰던 감정들이 10화에서 터진다. 액션의 스케일이 작고, 영화에 비해 적은 제작비 덕에 퀄리티가 떨어지지만 그들이 행하는 행동들에 연민이 간다. 그리고 수습할 새 없이 드라마는 끝이 난다. 모든 멍에를 그대로 시즌2로 미룬다. 시즌2에서 어떻게 만회하냐로 시즌1의 평가가 달라지는 거다. 시즌2를 보고 온 사람으로서 미리 말하자면, 충분히 만회했다. 

 

그래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은 추천할만한 드라마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시즌2에서도 별로였다면 당장 때려치우라고 하고 싶지만, 시즌 2의 진득한 이야기들이 너무 맘에 들었다. 시즌2의 자세한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슈퍼 히어로
추천 포인트 시즌 2까지 무조건 볼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슈퍼 히어로물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후기

역시 사람에겐 사랑이 필요해 시즌1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완주했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이다. 시즌2는 원작 코믹스 2권 '댈러스'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지구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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