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러드샷' 후기: 밸리언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서막

2020. 11. 26. 00:02영화 보는 중

빈 디젤을 화나게 했을 때 생기는 일

넷플릭스에 '빈 디젤'을 정면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가 최근에 공개됐다. 기대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영화, ' 블러드샷'이다.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영화 '블러드샷' 포스터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인 줄 알았다.(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다) 국내 개봉(2020년 5월)도 했었고, 최고의 액션 스타 중 한 사람인 빈 디젤이 주연이고, 나름 액션도 화끈한 면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코로나 19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 4500만 달러의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극장 개봉보다는 VOD나 OTT로 직행한 경우다. 월드 박스오피스는 2800만 달러. 제대로 망한 영화다.(망한 영화라고 해서 재미없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소니 픽처스가 추진하는 '밸리언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번째 작품이다.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영화화해서 서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거다.(예: 어벤저스 시리즈). 물론 소니에는 스파이더맨, 베놈을 필두로 하는 '소니-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마블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기에 소니도 나름 자신들만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싶었나 보다.

 

Valiant Entertainment, '밸리언트 유니버스의 히어로들

 

 밸리언트 코믹스는  DC코믹스(예: 슈퍼맨, 배트맨 등), 마블코믹스와 비교하면 신생 출판사에 속한다. 1989년에 창립된 미국 만화회사이며, 대표 캐릭터는 블러드 샷, 하빈저, 닌자크, X-O 맨오워 등이 있다. 그중 블러드샷은 이번에 영화로 나왔고, 하빈저도 영화화 계획이 있다. 밸리언트 코믹스는 좋은 작화, DC-마블 히어로들과 닮은듯 하면서 다른 캐릭터성, 탄탄한 세계관 등이 특색이라고 한다. 

 

 

 

블러드샷은 울버린과 퍼니셔를 합친듯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의 히어로 능력은 '네나이트'라는 나노봇이 체내 혈액으로 이루어진 데에서 나온다. 나노봇들이 블러드샷의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주고, 몸에 상처가 나면 빠른 속도로 재생-회복시켜준다. 엑스맨 '울버린'의 힐링팩터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블의 '퍼니셔'와 캐릭터성이 비슷한데, 미국 특수부대 출신으로 싸울 때 총기를 잘 활용한다. 퍼니셔는 특정단체를 구분하지 않고 정의의 사도로 서 악을 처단하지만, 블러드샷은 그렇지 않다. 본인을 이용하고 히어로로 만든 RST(Rising Spirit Technology)를 응징하는게 코믹스의 주요 내용이다. 네나이트는 블러드샷에게 필요한 정보를 넷상에서 찾아주는데, 비행기 조종 능력이 필요한 경우 몇 초만에 바로 습득이 가능하다.

 

Valiant Entertainment, '블러드샷

영화 '블러드샷'은 코믹스에서 묘사된 히어로 특성들을 잘 보여준다. 때리고 터지는 액션 장면보다 나노봇의 세세한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을 했다. 블러드 샷의 주요 능력인 초재생 과정을 상세하게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나노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블러드샷의 캐릭터성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한다. 액션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액션신도 훌륭하다. 빈 디젤이 보여주는 특유의 박력은 블러드샷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특히 후반부 엘리베이터 액션신은 고층이라는 공간 구성과 거기서 오는 긴장감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블러드샷의 문제점은 허술한 각본에 있다. 작중 캐릭터인 KT(에이자 곤잘레스)와 에밀 하팅(가이 피어스)의 행동들의 당위성이 다소 떨어진다. 이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의 탄생- 액션 - 결말]이 아닌, 나름 반전이 있는 스토리 구성인데 이를 중반부에 아무런 임팩트 없이 오픈을 해버린다. 중후반부에 반전 장치로서 활용했다면 화려한 액션과 함께 수작이 나올뻔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작중 블러드샷이 복수를 하는 대상도 RST 내부 인물들만 나온다. 만약에 정치 요인이나 유명인사로 했다면 RST 내부 소동으로 보이는 데에 그치지 않았을 거다.

 

소니의 야심 찬 밸리언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번째 영화 '블러드샷'은 기대를 어느 정도 하냐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진다.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점들을 보여주고, 마블의 '아이언 맨'이나 DC의 '맨 오브 스틸'을 기대했다면 임팩트가 떨어지고 어설픈 영화다. 소니의 당찬 포부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소니는 밸리언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어떻게든 구현해보려는 듯 블러드샷의 후속 편 제작이 결정됐다. 하빈저까지 연결돼서 다양하고 재밌는 히어로 영화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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