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 후기: 일그러진 모성애가 주는 서스펜스의 극한이자 한계

2020. 11. 20. 22:19영화 보는 중

하늘이 무너져도 내 편일 것 같은 '엄마'라는 존재는 국적 불문하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나 보다. 철석 같은 엄마가 일그러졌을 때의 공포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뒤틀린 모성애의 극한을 보여두는 영화, '런'이다

 

 

영화는 산부인과에서 시작된다.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신생아를 애처롭게 지켜보는 산모.  그리고  당뇨, 심장병 등등 아이가 가지고 태어났을법한 질병들이 화면 가득 자막을 띄운다. 화면이 바뀌면 하반신 마비와 다른 질병을 달고 사는 딸 '클로이' (키에라 앨런)의 모습을 비춰준다. 홈스쿨링을하며 대학 합격통지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몸이 성치 않은 아픈 딸을 위해 직접 키운 채소와 종류별로 매번 약을 챙겨주고 헌신적으로 사는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의 모습이 나온다.

 


일단 영화 제목이 '런(Run)'이다. 하반신마비의 클로이의 장애 극복기는 아닐 테고. 뭐로부터 도망가라는 걸까. 저렇게 헌신적이고 딸에게 지극정성이 어머니인데 말이다. 클로이는 엄마의 정체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내편이라고 생각했던 집과 엄마로부터 말이다.

이 영화를 보기로 한데에는 감독 아니쉬 채겐티의 전작 '서치'가 가장 컸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라는 간단한 줄거리의 영화지만, 그걸 다루는 영화의 양식은 IT, SNS 시대에 익숙한 양상을 그대로 따왔다. 윈도, 맥, 구글 검색창,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영상통화 등의 플랫폼으로만 영화가 진행된다.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은 빠른 편집과 흐름으로 이를 극복한다.(촬영은 13일, 편집만 2년이 걸렸다.)  

'런'에서 '서치'가 보여줬던 영민한 연출 능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익히 봐온 '일그러진 엄마'류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 나간다. 지루할 틈 없는 빠른 편집과 서스펜스는 충실한 편이다. 대신 감독의 반짝이는 연출보다는 배우의 연기에 기댄게 더 많다. 탈출을 시도하는 키에라 앨런 배우의 연기력은 신인이라는 게 놀라울 지경이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사라 폴슨의 미친 연기도 훌륭했다. 대신 이런류의 영화에서 익히 볼법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물론 이것도 못해내는 배우들이 더 많다). 봉준호 감독 '마더'의 김혜자 배우의 광기 어린 엄마의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 '런'은 충분한 재미를 갖는다. '클로버필드 10번지'처럼 후반부에 뒤통수 때리는 전개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뒤틀린 엄마와 딸의 관계를 지속적인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모습을 충실하고 착실하게 보여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아쉬울 뿐인 거다. 어쩌면 광기 어린 모성애를 다루는 영화의 극한이자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서스펜스 스릴러
추천 포인트 모성애의 광기가 주는 스릴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감독의 전작 '서치'를 보고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