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위도우' 후기: 이게 최선입니까, 마블? (쿠키1 有)

2021. 7. 9. 18:29영화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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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코로나 19 팬데믹이 덮쳤던 2020년. 할리우드의 메이저급 스튜디오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개봉 기일을 미뤘다. 1억~2억 달러가 투입되는 영화가 망해버리면 회사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인피니티 사가가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마블의 페이즈 4의 첫 번째 타자인 '블랙 위도우'는 2020년 5월에서 차일피일 개봉이 연기되고, 결국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2021년 7월, 무려 1년 2개월 만에 개봉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꾸준히 상향 평준화됐던 마블 영화들의 퀄리티를 뒤로하고, MCU 초창기 영화(예: 퍼스트 어벤져, 토르 1)의 완성도로 만들어졌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블랙 위도우는 스토리상 시퀄에 나올 수 없는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블랙 위도우'는 인피니티 사가 중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의 시기를 다룬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각각 편 짜서 치열하게 다투면서 어벤져스는 사실상 와해되고,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정부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던 그 시기.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도 나올려나 기대했지만, 어른들의 사정으로 '블랙 위도우'에서 다른 멤버들의 카메오 출연은 없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스파이', '마블 히어로', '가족 드라마', '여성 영화' 등의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가족 드라마'다. '엔드 게임'에서 왜 그렇게까지 어벤져스 멤버들에 상실에 가슴 아파했고, 작중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 등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챙기려 하다 보니 뭐하나 제대로 건진 게 없다는 것. 초반부 시퀀스는 '본 시리즈', 중반부의 가족 재회신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호크 아이'의 집으로의 도피, 후반부는 '윈터 솔져'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을 뛰어넘지 못한다. 여성들의 스파이 기관인 '레드 룸'에 대한 묘사도 빈약하며, 주요 빌런인 '태스크 마스터'의 캐릭터성도 후반부 들어 급격히 무너진다. 메인 빌런을 냉대하는 마블의 고질병이 '타노스'이후 고쳐졌다 했더니 다시 도져버렸다.

 

액션의 스케일은 마블답게 크고 화려하나 이를 담는 카메라 워크가 엉망이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누가 누굴 때리고, 누구한테 맞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핸드 헬딩으로 카메라를 배우와 같이 열심히 흔들어댄 덕분. '시빌 워'에서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결투신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중반부 레드 가디언의 탈옥 시퀀스도 조잡해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 후반부 블랙 위도우와 다른 레드룸 위도우 들과의 결투신도 마찬가지. '어벤져스'에서 치타우리를 때려잡던 블랙 위도우의 전투력은 온데간데없다. 레드 가디언과 멜리나의 캐릭터도 후반부 공기화 돼버린다. 그나마 건진 게 있다면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옐레나 벨로바 캐릭터다. (쿠키 영상에서 후속 출연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떠나, 1년 2개월 만에 돌아온 마블의 영화는 반가웠다. '블랙 위도우'에 대한 아쉬움은 전무후무한 타노스와의 전쟁을 그렸던 전작들 덕에 눈높이가 너무 올라간 탓이 더 크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마블의 영화들 중 '퍼스트 어벤져',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천둥의 신'과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블랙 위도우'가 마블 MCU에서 볼 수 있는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는 마지막 영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냥저냥 무난한 수준의 완성도밖에 안된다는 게 참 아쉽다. 어찌 됐든 마블의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됐다. 7월 블랙위도우를 시작으로, 9월에 '샹치', 11월에 '이터널스', 그리고 12월에는 '스파이더맨'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마블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설렘이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기준 마블 히어로 영화
추천 포인트 그동안 마블 영화를 챙겨 본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윈터 솔져'급의 영화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