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후기: 제로 사이다 복수극

2021. 4. 25. 01:43영화 보는 중

UPI코리아,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Promising young woman). 의대생이었던 캐시(캐리 멀리건 분)는 학교를 자퇴하고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7년 전 그녀의 절친한 친구 '니나'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힘이 못됐다는 자책감에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해자들은 밝은 하늘 아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캐시는 그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1, 2 등의 복수극은 보통 선홍빛 피로 점철된 영상으로 다루곤 한다. 사법권의 영역에서 벗어난 사적 복수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기까지 한다. 폭력을 섞은 액션과 잔혹한 고어물까지 얹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의 복수는 방법론은 비슷하나, 쾌감이 크지 않다.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영화적 재미도 없다. 대신 영화는 가해자들의 말에 집중한다. 사건의 가해자, 방관자, 조력자들의 비겁한 자기변명과 지질한 합리화는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비슷하다. 복수자 '캐시'가 궁지에 몰아넣어야 거짓 반성을 한다. 가해자는 말이 많건만, 피해자는 말이 없다는 게 애석하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걸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복수극의 양상과 다르면서 애써 통쾌한 척하는 씁쓸한 결말이기 때문. 사이다인 줄 알고 먹었는데, 마시고 보니 제로 사이다였던 느낌이랄까.

 

'프라미싱 영 우먼'은 사실상 1인극에 가까울 정도로 캐리 멀리건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복수자의 내적 고통과 결연함을 복합적으로 잘 표현했다. 배우+각본가 출신의 에메랄드 페넬 감독은 입봉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과감한 연출을 선보인다. 시종일관 대칭을 이루는 화면 구도가 인상 깊다. 영화는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영국)과 각본상, 미국 작가조합 각본상, 크리틱스 초이스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곧 열릴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편집상 후보에 올라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문법을 교묘하고 영리하게 비튼 수작이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고구마가 없는 여성 영화
추천 포인트 색다른 복수극을 찾고있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UPI코리아,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