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1. 00:35ㆍ영화 보는 중
노매드. 유목민을 뜻하는 말. 정착해서 집을 짓고 살림을 꾸리는 정주민이 아닌, 매번 터전을 찾아 떠도는 게 유목민의 삶이다. 21세기 미국에서 밴하나 끌고 다니며 먹고 자고 하는 '노매드 캠퍼'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98년 IMF 이후 급격히 증가된 노숙자들과 비슷한 양상. 영화 '노매드 랜드'는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노매드족들을 어떠한 가치판단 없이 조용히 관조한다. 하늘을 지붕 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캠핑족들의 낭만은 배제했다. 인생의 패배자로 낙인찍고 계도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되려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또 다른 주체로서 바라보는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화면 너머로 전달된다.
'파고',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회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연기를 하는 건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노매드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분한 '펀'은 남편을 잃은 상실감을 가슴에 품은 채 노매드로서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그녀를 아는 지인들은 '집도 없이 차에서 지내지 말고, 우리 집으로 오라' 라며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대한다. 펀에게 필요한 집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마음의 안식처.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5천 달러짜리 밴의 좁은 공간이다. 그녀의 앞마당은 미국 서부의 광활한 사막이고, 그녀의 이웃은 길에서 만나는 모든 노매드족들이다. 언젠가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안녕'이 아닌 '다시 만나'라며 작별 인사하는 노매드 캠퍼들.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제작자 조합과 감독 조합, 영국 아카데미에서 이미 수상해 노매드랜드의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의 수상이 예상된다. 미국 서부의 자연과 풍광, 그리고 유독 노을을 인상깊게 카메라로 담은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출과 편집, 그리고 노매드족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인상 깊은 영화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 ||||
추천 포인트 | '좋은' 영화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낭만 가득 로드 무비를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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