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영화 '서복' 후기: 왜 사냐건 웃지요

2021. 4. 18. 20:02영화 보는 중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서복' 스틸컷

영화 '불신지옥',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SF 영화 '서복'을 들고 오랜만에 돌아왔다. '서복'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영화. 인류 영생의 비밀을 간직한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전 국정원 요원 민기현(공유 분). 장르영화는 일정한 법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특성상 다른 영화들이 계속 연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타카', 'A.I', '블레이드 러너', '얼터드 카본' 등. 수십 년간 SF 장르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던 현학적 질문들이 '서복'에서도 유지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삶,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작중 서복의 입을 통해서 '왜'라는 단어로만 존재론적 질문을 얄팍하게 무한 반복된다. '서복'이라는 제목답게 박보검 배우가 맡은 서복의 캐릭터가 영화의 모든 주제를 담고 있다. 복제인간이라는 서복의 존재와 그의 입에서 던져지는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질문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복의 캐릭터 해석과 대사 톤이 너무 단순해서 중요한 담론들이 러닝타임 내내 와 닿지 못하고 흩날리기만 한다. 

 

플롯에도 허점이 상당히 많다. 서인 그룹의 회장은 왜 국정원의 의도를 알고도 민기현에게 서복의 경호를 맡겼는지, 서복은 어떻게 울산 성당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됐는지, 임 박사는 왜 이제 와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등. 감독이 그리고 싶은 장면들을 작위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설정한 장치들이 너무 눈에 띄게 보인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편의적으로 던지지만, 정작 감독 스스로는 플롯상의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SF 장르는 화려한 눈요기보다 깊이감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장르. 한국에서 귀한 SF 장르에 대한 시도가 또다시 무의미하게 남용된 것 같아 아쉬움이 더 크다. 끝으로 김상용 시인의 시를 인용해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중에서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복제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 탐구
추천 포인트 티빙을 구독중이고, 박보검과 공유의 팬인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시간을 아끼고 싶은 분들에게 비추천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서복'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