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영화 '에로스: 그녀의 손길' 후기: 손으로 느끼는 그녀의 숨결

2021. 4. 11. 00:02영화 보는 중

에로스, 사랑의 화살을 쏘는 그리스 신화의 신, 그리고 성의 본능을 뜻하는 말. 에로스라는 담론을 두고 영화계의 세 거장들(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그리고 미켈란젤로 안토니우니 감독)이 모여 2004년 옴니버스 영화가 제작된 바 있다.  그중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왕가위 감독 특별전' 56분 확장 편집판 '그녀의 손길(The hand)'에서 왕가위 감독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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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 영화 '에로스' 스틸컷

고급 창부인 후아(공리 분)의 전용 재단사 장(장첸 분). 수습생 시설 자신의 다리 밑을 쓰다듬던 그녀의 손길을 잊지 못한 채 연모의 마음을 키워간다. '에로스'라는 제목답게 이 영화는 야하다. 제대로 된 성애 장면 하나 없이 오로지 손 끝으로만 관객의 성적 본능을 자극시킨다. 왕가위 감독의 전작 '화양연화'에서는 국수를 사러가는 장면에서 닿을 듯 말 듯 한 장면을 연출한 바 있는데, '에로스'는 그 연장선 상에서 조금 더 직접적인 접촉들을 보여준다. 정확히 묘사되지 않지만 세트나 의상을 보면 시대상도 '화양연화'와 겹치는 인상이 강하다. 영화 속 장면들은 답답하리 만치 인물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후아와 장의 대화장면도 뭔가에 가려지고, 한 사람씩만 보여주는 연출이 계속 반복된다. 그러다 두 사람 간의 정이 통하는 장면에만 풀샷으로 보여주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창부 역할을 맡은 공리의 도도한 관능미 연기가 돋보인다. 극 중 대사가 거의 없고,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장' 역할이 중요한데, 왕가위의 페르소나 양조위가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몇 년이 지났어도 왕가위의 작품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요즘, 그의 작품의 팬이고 '화양연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화양연화'에 이은 왕가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왕가위 감독만의 미학
추천 포인트 '화양연화'의 감성,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왕가위 감독의 팬이 아닌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