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9. 19:17ㆍ영화 보는 중
롯데시네마 앱에서 '무비 싸다구' 칸이 있는데, 거기서 한 번씩 1천 원-3천 원-5천 원 관람권을 선착순으로 뿌린다. 적당한 운과 기회를 잘 노리면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반면에 인기 없는 영화들의 관객 모집을 위해서도 하는 경우도 있는거 같다. 그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게 1천 원 관람권을 구할 수 있다. 이번 영화 '택스 콜렉터'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택스 콜렉터'. 직역하면 '세금징수원'이다. 제목만 보면 세무서 이야기인가 싶지만, 작중 주인공들은 국세를 걷지 않는다. 보호비란 명분으로 LA의 모든 갱들에게 30%의 '세금'을 걷는다. (말이 세금이지 사실 삥 뜯는 거다). 갱들을 지켜주는 갱에 관한 영화인 거다. 미국 범법자들에 관한 영화니까 기관총, 소총, 권총, 마약, 폭탄 등이 시원~하게 나오겠거니 하는 기대와 예상은 보란 듯이 땅에 처박는다. 저예산(IMDB 추청 3천만 달러) 티가 많이 난다.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액션 장면은 영화의 20%도 안될 정도다.
갱들에게 세금을 걷는 갱들이라면, 일단 더 무서워야 할거 같지만. 영화는 왜 쟤네들을 무서워해야 하고, 30%나 되는 세금을 계속 내야 하는지 설득시켜주지 못한다. 작중 크리퍼(샤이아 라보프)는 일반 조직원들도 두려워하는 악랄하고 극악하며 잔인무도한 캐릭터라고 대사로 계속 언급되지만 그런 카리스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느와르 장르에서는 배우가 풍기는 아우라가 꽤 중요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다니는 데이비드(바비 소토)는 2대째 이일을 하고 있는 유서 깊은 갱 집안이라고 한다. 누아르 영화의 뻔한 클리셰들(조직이 풍비박산되고, 가족을 잃거나 납치당하는)을 오롯이 견뎌야하는 중요한 역할인데 연기력이 받쳐주질 못한다. 하지만 감독은 배우들의 빈번한 클로즈업으로 얼굴을 계속 비춰준다. 그들의 표정연기, 살떨림 하나하나 살아있어야 되는데 그러질 못한다. 제작비 때문에 클로즈업으로 때우는건가 싶을 정도다.
이런 종류 영화의 뻔한 다음 플롯인 '이 구역은 오늘부터 내가 차지한다'로 넘어가게 된다. 별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고, 무섭지도 않은 거 같은데 알아서들 기어주는 데다, 30%씩이나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사업인가. 다른 갱이 가만 놔둘 리 없다.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데이비드 아버지대의 사연이 있다는) 멕시코 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 다른 갱들을 보호해주는 갱인 '택스 콜렉터'들은 처참히 발린다. 저항 한번 못해보고 당한다. 택스 콜렉터의 세력은 '저게 전부였어?'싶을 정도로 적다. 제작비를 아낄 데 아끼고 쓸 때는 써야 하는데 한국영화의 숱한 조폭들보다도 머릿수가 적었다. 무슨 애들 싸움인가 싶을 정도다. 작중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지만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운전 중에 잠깐 비춰주는 게 전부다. 원래 LA가 저런 무법자의 도시였나 싶을 정도다.
상술했듯, 1천 원 관람권으로 본 영화다. 웬만하면 저렴한 가격에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도로 보고 왔으니 암만 재미없어도 설마 그 정도겠거니 했었다. 근데 사실이었다. 정말 그 정도였다. 1천 원도 아까운 영화였다. 감독이 적당한 가격에 LA를 배경으로 갱 누아르 영화 한 편 찍어 보고 싶은 거 같았다. 무려 3천만 달러(한화로 약 350억)를 들여서 말이다. 미국 흥행수입은 94만 달러. 제대로 망한 영화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갱스터 누아르 장르 | ||||
추천 포인트 | 시간이 남아 도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시간이 소중한 분들에게 비추천 |
'영화 보는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그레이트 월' 후기: 인해전술로도 덮을 수 없는 허접함 (0) | 2020.11.24 |
---|---|
영화 '런' 후기: 일그러진 모성애가 주는 서스펜스의 극한이자 한계 (0) | 2020.11.20 |
영화 '이웃사촌' 후기: 초반 코미디, 중반 감정과잉, 산뜻한 마무리 (0) | 2020.11.18 |
영화 '내가 죽던 날' 후기: 연출이 영화를 죽이던 날 (0) | 202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