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후기: 누아르의 밤, 제주도의 개들

2021. 4. 10. 02:58영화 보는 중

오마주와 콜라주 그 사이(오마주: 존경의 의미로 사용하는 다른 영화의 인용, 콜라주: 별개의 것들을 덧붙여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예술 기법). '무간도'의 향취가 진하게 배어있는 영화 '신세계'부터, '드래곤 볼', '아키라' 감성의 '마녀'. 대중들이 환호했던 박훈정 감독의 영화들은 과할 정도로 다른 영화의 것들을 가지고 한국영화의 작법으로 버무려서 멋지게 만들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못하는 영화들이 수두룩한 걸 감안하면, 상술한 그의 특색은 박훈정 감독만이 갖는 오리지널리티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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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영화 '낙원의 밤'은 범죄 조직 간의 암투 '신세계'로 시작해서,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의 창고 시퀀스로 이어지더니, '마녀' 속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소나티네'로 마무리 짓는다.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는 누아르지만, '신세계'에서 풍겼던 것만큼의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특유의 허무주의와 쓸쓸한 분위기와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만이 남아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뛰어나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뽑아내는 것도 감독의 연출력 중 하나인데, 박훈정 감독의 영화에선 배우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좋은 판이 깔려있다. 이미 좋은 배우로 보증된 엄태구 배우의 눈빛과 목소리는 극 중 '태구'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영화에서 제일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차승원 배우가 분한 '마 이사'. 작중 가장 인간적이고 입체적이며, 악인이지만 나름 원칙이 있는 캐릭터다. '낙원의 밤'은 태구가 아니라 '재연(전여빈 분)'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범죄의 희생양으로 활용되던 여성 캐릭터를 능동적이고 강인한 히어로로 만들었다. 그 외 박호산, 이문식 등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는 힘차지만 '낙원의 밤'만의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봐왔던 영화들의 클리셰를 비롯한 예상 가능한 플롯을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이 '낙원의 밤'에서 연출해보고 싶었던 게 '누아르의 허무함'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건 사실이다. 영화 자체가 허무하기 때문. '부당거래(각본)'의 치밀함, '악마를 보았다(각본)'의 과할 정도의 에너지, '신세계'의 쾌감 등에서 보였던 박훈정 감독만의 장점과 오리지널리티가 아쉬운 '낙원의 밤'이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범죄 누아르 장르물
추천 포인트 제주도의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NETFLIX, 영화 '낙원의 밤'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