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죽던 날' 후기: 연출이 영화를 죽이던 날

2020. 11. 12. 23:39영화 보는 중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내가 죽던 날' 포스터

이 영화를 보게 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김혜수와 이정은 두 배우. 김혜수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영화계에 보석 같은 배우이다. 이정은 배우는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에 이어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고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배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다음 포인트로는 여성 영화라는 점. 그간 충무로에는 남자들만 나오고 남자들이 사건을 해결하고 여성들은 피해자로만 그려졌다. 오죽하면 여성이 나오는 시나리오가 없어 반강제로 쉬고 있다는 배우들이 많을 정도였다. 남자 캐릭터만 우글대는 영화들 속에서 이런 여성 영화는 언제나 반가울 뿐이다.

 

외딴섬에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인 현수(김혜수)는 이를 수사하게 된다. 자살이라는 사건과 외딴섬이 주는 폐쇄성의 결합은 영화의 단골 소재다. 박해일 주연의 '극락도 살인사건', 서영희 주연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에서 쉽게 확인된다.

'내가 죽던 날'은 사건보다는 인물에 집중하는 걸로 연출 포인트를 잡은 거 같다. 작 중 현수(김혜수)는 힘든시기에 처해있다. 남편과 이혼 중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한쪽 팔은 교통사고 이후로 마비증세가 있고, 경찰 조직 내에서도 안 좋은 소문에 휩싸여있다. 그런 와중에 본인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던 걸로 보이는 여고생 세진(노정의)의 자살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감독은 현수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면서 세진의 캐릭터를 조금씩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장르 영화의 쾌감, 상업 영화의 재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진과 현수 두 캐릭터를 통해 인물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서로 다른 이를 구원하는 스토리텔링을 택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인물에 동정하고 공감하게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

김혜수 배우의 연기는 흠 잡을데가 없다. 힘든 시기를 겪지만 표출할 곳 없이 감내하고 속이 썩어가는 인물을 표정과 눈빛, 톤만으로 완벽하게 그려낸다. 이정은 배우는 말을 못 하는 캐릭터를 대사 없이 눈빛과 손짓만으로 표현해낸다. 출연 분량이 너무 짧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세진 역의 노정의 배우도 중요한 역을 맡아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감정선만 잘 따라간다면 영화감상을 무난하게 할 수는 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의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각본과 연출이다. 작 중 불쌍하고 동정심이 가야할 캐릭터인 세진이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세진과 다른 인물이 눈물을 흘릴 때 공감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감독이 2시간 동안 사건을 포기하고 인물 묘사에 시간을 썼는데도 그렇다는 점이다. 세진과 현수의 삶이 겹쳐지면서 '다른 이의 인생을 구원해준다'라는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가 오롯이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이 반전 아닌 반전을 통해 감동을 주려는 포인트가 작중 후반부에 나온다. 하지만 영화 좀 봤다 하는 관객들은 영화 시작 30분도 안되서 쉽게 눈치를 챌 부분들이 너무 많다. 허술한 각본과 연출의 총체적 난국이다.

앞에서 말했듯, 충무로의 여성 영화는 귀하다. 그래서 '잘' 만드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영화 제작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될 테니까 말이다. 제작비 30억, 손익분기점은 120만 명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경직된 영화시장. 더없이 영화의 완성도가 아쉬운 때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여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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