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4. 14:21ㆍ영화 보는 중
디즈니가 동남아시아 배경에 우리에게 친숙한 '용'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하 라야..)'을 들고 왔다. 디즈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은 쏙 빼고, 그 빈자리를 화려한 액션 활극으로 꽉꽉 채워 넣었다.
용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동남아시아의 왕국 '쿠만드라'. 모든 생명을 석화로 만드는 '드룬'에 맞서 인간을 지키기 위해 '드래곤 젬'을 남기고 희생한 용들. 500년의 시간이 지나고 인간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5개의 왕국으로 분열된다. 인간들의 탐욕으로 드래곤 젬이 파괴되고 드룬이 다시 부활한다. 폐허가 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라야'는 마지막 용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답게 이번 '라야...'에서도 디즈니가 디즈니 했다. 그래픽은 동급 최고의 수준을 구현해냈고, 영화적 재미도 잘 뽑아냈다. 서양에서 용은 악의 상징이자 두려움의 존재다.(예: 호빗 시리즈의 '스마우그'). 동양에서는 신성하고 경외스러운 존재라는 점(비를 관장하거나, 물속에 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을 잘 반영했다. 다만 동북아시아에 속한 한국이 알고 있는 용과는 외양의 차이가 있는데 영화의 배경이 동남아시아이기도 하고, 디즈니에서 용보다는 '나가'의 디자인을 차용한 이유가 크다.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는 사람의 선함을 믿어주는 존재다. 캐릭터의 따스함을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아콰피나'배우가 잘 표현했다. 다만 시수의 캐릭터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무슈'(심지어 같은 용이다)가 강하게 연상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 다른 목소리 연기들도 아시아권 배우들(산드라 오, 켈리 마리 트랜, 젬마 찬, 베네딕트 웡, 다니엘 대 킴 등)을 캐스팅했다. 디즈니의 개념찬 행보가 기특한 부분이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화려한 액션 시퀀스는 괜찮은 편이다. 노이와 원숭이들의 액션은 드림웍스의 '쿵푸팬더'가 연상된다. 다만 최근 디즈니의 전작인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와 비교한다면 강렬한 감동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디즈니의 공주들은 구원받거나(예: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왕자와 같이 다니면서 강해 지거나(예: 라푼젤)였다면 이번 '라야..'에서는 아예 왕자의 캐릭터가 없어졌다. 대신 라야를 산전수전 다 겪은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로 내세웠다. 오죽하면 순진한 '시수'를 보호하고 세상 물정을 알려줄 정도.
디즈니표 뮤지컬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순 있다. 대신 '라야..'의 상영에 앞서 7분짜리 단편 'Us, again'이 뮤지컬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준다. 뮤지컬의 세계관인 디즈니 답게 모든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세상을 그렸다. 고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연상되는 기발한 단편이다. 코로나 19가 여전한 요즘 그나마 한국은 극장 상영의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 디즈니+로 직행하는 나라도 많은 만큼, 큰 스크린, 웅장한 사운드로 즐길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모험이 가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 ||||
추천 포인트 | 실망감 ZERO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디즈니 작품속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영화 보는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몬스터버스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후기: 그럭저럭 볼만 한 양산품 '콩' (0) | 2021.03.10 |
---|---|
왕가위 영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후기: 사랑의 시공간, 홍콩 (0) | 2021.03.06 |
영화 '미나리' 후기: '우리 가족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0) | 2021.03.03 |
몬스터버스 영화 '고질라(2014)' 후기: 지구방위대 고씨의 활약 (0) | 202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