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3. 19:37ㆍ영화 보는 중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는 '미나리'. 한국계 미국인 아이작 정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감독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각종 미국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을 휩쓸며 최근에는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하였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건너간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모니카(한예리 분).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왔으나, 원대한 꿈을 이루겠다며 아칸소로 건너가 농장을 일궈보기로 한다. 아이들을 맡길만한 데가 없어 모니카의 친정 엄마(윤여정 분)가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별 다른 게 없다. 맞벌이 부부라면 쉽게 공감이 갈만한 육아의 문제, 생활의 문제가 전부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기에 '미나리'는 어떻게 보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다. 작중 7살짜리 꼬맹이로 나오는 '데이비드'가 곧 아이작 정 감독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스토리도 별다른 게 없이 일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전부다.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모님, 그런 부모를 보며 크는 자식들. 이민자 가정의 국적을 한국으로 설정한 탓에,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감독이 그런 정서를 살릴 수 있게 화면 곳곳에 한국인들은 쉽게 알아챌 80년대 소품들이 가득하다. 영화의 대사도 미국 영화 답지 않게 한국어가 대부분이다. 자막이 쓰인 경우가 더 드물다. (그 덕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미국 자본+미국 배우+미국 감독이 만든 '미나리'를 외국영화로 분류해버렸다)
영화 미나리의 연출은 특별한 게 없다. 미장센이나 편집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미나리'가 미국 내에서 이렇게 까지 각광받는 데에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가족애'를 담았기 때문이다. 감독 개인의 가족사를 진솔하고 담백하게 남아낸 진정성이 관객들의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나의 부모님, 나의 누이, 그리고 나의 돌아가신 할머니까지. 어렸을 적 철없이 대들고, 짓궂게 장난쳤던 어리숙함이 영화 속에 담백하게 묻어있다. 노스탤지어의 향수로 빠져들면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가족'이란 소재를 이렇게까지 멀찌기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담아낸 감독의 솔직함이 많이 와 닿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스티븐 연 배우는 '옥자'의 봉준호 감독, '버닝'의 이창동 감독을 거치면서 '미나리'의 한국인 연기가 제법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옥자나 버닝 속 연기가 한국인을 연기했다는 건 아니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간 한예리와 윤여정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다. 한예리 배우는 대사톤, 표정 하나하나 살아있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윤여정이 등장하는 씬과 그렇지 않은 씬으로 구분될 정도로 윤여정 배우의 존재감은 과히 대단하다. 왜 미국 평단들이 그토록 칭찬하며 상이란 상을 다 주는지 알 것 같다.
한창 아카데미 레이스 중인 영화 '미나리'는 이제 미국 배우조합상(SAG)을 남겨두고 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앙상블 캐스트상 후보에 올라있다. 작년에 영화 '기생충'의 배우들이 받은 상이 앙상블 캐스트 상이다. 연기 구멍 없이 배우들 간의 호흡이 뛰어나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에 주는 상이다. 배우조합상에서 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으로 연결된다. 아카데미상은 배우 회원들이 배우에게, 감독 회원들이 감독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영어 대사 한마디 없이 미국 평단을 홀린 윤여정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미나리'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가족 영화 | ||||
추천 포인트 | 윤여정 배우의 명연기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결말이 확실하고, 따뜻한 가족 영화를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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