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오스 워킹' 후기: 시리즈의 애매한 서막

2021. 2. 24. 18:54영화 보는 중

카오스 워킹, 걸어 다니는 혼돈 그 자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고,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모든 사람들이 상시 거짓말탐지기를 당하는 것처럼 속마음이 다 드러난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산다면, 그곳은 영화의 제목처럼 '카오스 워킹'이 되고 만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카오스 워킹' 스틸컷

새로운 행성 '뉴월드'에 정착해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 여자는 없고 오직 남자들만 산다. 그곳에 불시착하게 된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 분)'. 그녀를 쫓는 마을의 시장 '데이비드(매즈 미켈슨 분).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는 '토드 (톰 홀랜드 분)'. 데이비드를 필두로 하는 마을의 세력과 그들로부터 도망가는 바이올라와 토드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페트렉 네스의 SF소설 '카오스 워킹'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황폐화된 도시가 주로 나오던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과는 달리, 빽빽한 침엽수림이 그 배경이다. 부락을 형성하고 농사를 짓는 모습 등을 보면 어느 시대든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싶다. '카오스 워킹'만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자신의 생각이 타인에게 들리고 보인다는 '노이즈'. 이 노이즈 덕에 거짓말이 불가능하고, 숨어있어도 위치가 금방 발각된다. 

 

원작의 구성이 총 3부작(소설책 4권)인데 영화도 3부작을 표방하는 걸로 보인다. 이런 시리즈물의 첫 타자는 그 책임감이 매우 무겁다. 첫 작품이 잘되야 후속 편 제작이 결정될 테니까. 시리즈에서 우려먹을 세계관에 대한 떡밥과 흑막, 그리고 그걸 파헤치는 주인공들을 잘 보여줘야 한다. 아쉽게도 더그 라이먼 감독의 '카오스 워킹'은 이런 무게감을 견뎌낼 만한 영화가 되지 못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노이즈가 있었다는 토드. 그의 노이즈 잠재력은 후반부에 살짝 보여주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영화가 전면적으로 내건 추격전도 생각보다 싱겁다. 후속작에서 확인해야 할 떡밥의 궁금증도 잘 뿌리질 못했다. 무엇보다 '후속작을 만들 만큼 이 영화가 흥행할까'에 대한 걱정이 우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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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카오스 워킹' 스틸컷

마블 스파이더맨에서 보여줬던 톰 홀랜드의 매력은 카오스 워킹에서도 여전하다. 톰 홀랜드표 피터 파커만의 방정맞은 말투는 영화속 노이즈에서도 반복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는 이번 영화에서도 지혜롭고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한다. '위기의 순간에는 남자가 여자를 구해줘야 한다'라는 클리셰를 번번이 뒤집는다. 매즈 미켈슨은 노이즈를 자유롭게 다루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전형적인 악당 정치인의 모습을 연기한다. 다만 배우의 남다른 존재감을 너무 뻔한 역할로 소비한 건 아쉽다. 본래 개봉일은 3월 4일이었으나, 프리미어 선상영(사실상 개봉일 변경)으로 1주일 먼저 개봉했다. 코로나 시국에 미국산 블록버스터 영화 자체가 귀해진 요즘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전편보다 나은 후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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