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후기: K좀비를 곁들인 연상호 감독판 매드맥스

2020. 11. 11. 00:01영화 보는 중

2016년, '부산행'을 극장에서 재밌게 봤었다.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 Z'같은 좀비 블록버스터를 한국에서도 완성도 있게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내 관객 동원 1,100만 명, 아시아 극장가도 휩쓸더니, 월드 박스오피스 1.29억 달러의 대흥행을 기록했다. 제작비 115억으로 10배를 벌었으니 웬만한 할리웃 영화보다 나았다.(미국 블록버스터는 보통 제작비 1억 달러 정도에 2배도 못 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4년 후 2020년, 부산행 속편이 나왔다. 전편과 같은 연상호 감독 연출의 '반도'다.

 

(주)NEW, 영화 '반도' 스틸컷

부산행은 막판에 분유광고, 신파라느니, 소희의 발연기 등 몇 가지 단점들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장점들이 더 많은 영화다. 뛰는 좀비의 공포심, 좁은 기차 내에서의 서스펜스, 단순해질 수 있는 좀비 액션을 다채롭게 바꾼 연출, 시속 300km로 직진하는 기차의 속도감 등. 적은 제작비를 영리한 연출로 잘 커버했다. 특히 마동석 캐릭터는 좀비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때려잡는데, 액션 영화사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일 거다.

이러한 전편들의 장점은 무색할 정도로 후속작 반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편과는 달라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는지, 좀비를 때려잡던 거에서, 총기를 활용한 액션으로 바뀌었다. 총기 액션의 최대 단점은 단조롭다는 거.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런 단조로움을 '나쁜 녀석들'에서 화려한 카메라 워크로 커버한다. 하지만 반도에는 그런 거 없다. 총 들고 있는 강동원은 멋지지만, 액션은 멋이 없다. 뛰면서 방아쇠만 당기는 게 전부다.

뛰는 좀비의 공포심은 온데간데없다. 4년 동안 작중 인물들이 좀비에 적응이 됐고, 돌격소총으로 무장해서인지 두려워한다기보다는 귀찮아한다. 가둬놓고 놀잇감으로 쓴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2편인 반도를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티가 많이 나는 장면은 631부대 시퀀스인 거 같다. 좀비 아포칼립스판 콜로세움을 짓고 싶었던 모양새다. 산 사람과 좀비를 같이 던져놓고 이를 631부대원들은 오락거리로 삼는다. 좀비 덕에 망한 한반도에 유일한 쾌락으로 삼듯이. 여기서 포스트아포칼립스물 특유의 비인간성을 그려낸다. 특히 미술팀이 노력한 티가 많이 난다. 하지만 감독의 연출력이 이를 못 살린다. 흥미진진해야 할 부분인데 제일 지루하다.

이 정도 단점을 빼면은 영화 반도는 장점이 많다. 킬링타임 액션 영화라는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하다. 초반과 종반의 이레 배우가 보여주는 카체이싱 액션은 할리웃 영화들에 뒤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티가 좀 나긴 하지만 좀비를 활용한 액션 구성이 좋다. 631부대의 차량은 '매드 맥스'가 자연스레 연상되듯 마개조 돼있다. 4년간 좀비와 싸워왔다는 설정인 거 같다.

포스트아포칼립스물답게 폐허가 된 서울과 인천의 모습도 잘 그려놨다. 익숙한 도로표지판, 고속도로와 차량들, 눈에 익은 간판과 건물들. 좀비까진 아니더라도 전쟁이 나면 이렇게 되겠구나 싶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문제 될 건 없지만 뛰어난 부분도 없다. 허술한 각본과 캐릭터, 연출 덕이다. 강동원은 뭘 해도 멋있고, 좀비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히 좀비 같았다. 이정현 배우는 강인한 여전사+어머니 역인데 종반부에 이해되지 않는 신파 연출로 캐릭터성을 갉아먹는다. 권해효 배우의 할아버지 역은 쓰임새를 위해 미리 심어 놓은 티가 난다. 서대위 역을 맡은 구교환 배우는 좀비 시대의 무력감을 잘 표현해냈다.

'부산행'은 K좀비의 전성기 열었고 바통은 넷플릭스 '킹덤', '#살아있다', '반도'까지 전달됐다. 앞으로 그 바통이 계속 이어졌음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반도의 추후 흥행에 달려있다. 그래서 반도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더 남는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액션 영화
추천 포인트 부산행을 재밌게 봤고, 강동원의 팬인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본격 좀비영화를 기대한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