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0. 00:02ㆍ영화 보는 중
제목만 보면 무슨 영화인가 싶다. 2003년에 나온 장혁 이나영 주연의 '영어 완전 정복'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연상되기도 한다. 맥거핀 가득한 제목을 달고 나온 여성+기업+환경을 다루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1995년, 작중 묘사로는 굴지의 대기업인 삼진 그룹. 상고 출신의 여직원들이 대리 승진을 위해 사내 토익 공부를 한다. 제목과 연관된 내용은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페놀 유출 환경오염 - 인근 주민들의 피해 - 삼진 그룹의 피해보상 - 기업의 비리 - 페놀유출의 흑막 - 삼진그룹 경영권 방어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연달아 이어지는 사건들의 탐정 역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주역 캐릭터들이 맡는다. 이자영(고아성)은 불의를 못 참고 끝까지 파헤치고 정유나(이솜)는 걸 크러쉬 역할, 심보람(박혜수)은 수학천재 역할이다.
영화 삼진 그룹은 장르 영화의 쾌감을 열심히 보여준다. 초반에 웃기고 종반에 울리는 식의 안 좋은 공식은 따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잘 유지한다. 거기에 멋진 여성 캐릭터들을 곳곳에 포진해둔다. 악역들은 남성이지만, 주연 3인방을 도와주는 역할도 남성이다. 남성을 배척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을 멋지게 살렸다.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익히 봐왔던 기업형 드라마 (예: 김 과장 등) 공식을 어김없이 따른다. 너무 잘 지켜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루하다. 내용도 뻔해서 유치하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캐릭터들의 동기부여가 약하다. 이자영이 왜 그렇게까지 비밀을 파헤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승진을 위해서 토익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잘릴 각오로 회사의 비리를 파헤친다. 성격이 원래 저렇다 한 줄로 끝내기엔 캐릭터의 동력이 모자라다. 영화 오프닝에 이자영 캐릭터에 대한 에피소드 등의 충분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도 연출이 활용을 못해서 그렇다.
여직원들이 모여서 커피를 타고, 임신을 했단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에서 눈이 빠지도록 일하고, 상사들은 임원들에게 아부하기 바쁘다. 대놓고 자르진 못하니 책상을 복도에 둔다.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회사생활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더 놀랍다.
얼어붙은 극장가에 모처럼 편하게 볼만 한 영화가 걸렸다. 극장에 들어서면서 기대하는 부분들을 끝까지 충족해주는 좋은 상업영화다. 재밌다는 입소문도 퍼졌는지 흥행에도 녹색불이다. 손익분기점인 200만명을 무난히 넘어 대박을 기원해본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기업형 비리를 파헤치는 상업 영화 | ||||
추천 포인트 | 여성들이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뻔한 영화가 싫은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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