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1. 11:58ㆍTV 보는 중
내가 초등학교 때 즐겨 봤던 EBS 프로그램이 있다. 아프로 헤어를 하고 이젤 앞에서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풍경화를 그린다. 최근에도 이따금씩 유튜브 검색해서 찾아봤지만 개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최근 왓챠에 5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한 번에 올라왔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추가 된다고 한다. 더없이 반가운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이다.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의 미국 내 원제는 'Joy of Painting'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이다. PBS(미국 비영리 방송국이라고 함)에서 무려 31 시즌이나 방영한 프로그램이다.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총 403회의 방송분이 방영됐다. 미국 내에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인기 있는 방송이라고 한다.
밥 로스는 본래 직업이 군인이었다. 공군 부사관으로 20년을 근무했고, 그중 10년을 알래스카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 군 복무 중 틈틈이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상관이 소리 지르는 게 싫어서 그만뒀다고 한다. 10년 동안의 알래스카의 생활이 그의 마음속에 각인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알래스카의 풍경을 가장 많이 그리신다. '그림을 그립시다'에서 푸른 하늘+눈 덮인 산+촘촘한 침엽수들+맑은 호수는 일종의 클리셰이다.
국내 방영은 EBS에서 94년~98년까지 했고, 최근에 재방영 중이다. EBS 홈피에서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대신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전주 방영한 한 회분만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몰아보겠다면 왓챠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그림을 그립시다'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풀어진다. 성우 김세한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덕도 있다. 밥 로스의 그림은 미술관에 주로 전시된 형이상학적 작품들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 간의 갈등에서 벗어나 목가적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절로 편해진다. 요즘 사람들이 찾는 힐링과 ASMR이 90년대 밥 로스 방송에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다.
그림을 그리는 밥 로스 아저씨를 보면 본인도 행복해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중 가장 유명한 말은 '참 쉽죠 That easy'. 나무위키에 나와있는 어록만 봐도 그의 따스한 마음이 엿보인다.
We don't make mistakes. We have happy accidents.
우린 실수한 게 아닙니다. 행복한 사고가 일어난 것일 뿐이죠.
Take live easy, just let it go.
삶을 느긋하게 보내세요, 그저 내버려 두는 겁니다.
This is your world, your're the creator, find freedom on the canvas
여긴 당신만의 세상이고, 당신이 창조자니, 캔버스에서 자유를 한번 누려보세요.
believe that you can do it, because you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왜냐면 당신은 (정말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95년도에 세상을 떠났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될 때 이 세상에 없었다. 죽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설파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90년대 방영 당시에 즐겨 봤다면 EBS, 왓챠, 유튜브 등을 통해서 봐보는 걸 추천한다. 그림을 망치는 거 같은데 '참 쉽죠'하면서 순식간에 풍경화를 완성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교양 프로그램 | ||||
추천 포인트 | '참 쉽죠' 하면서 순식간에 풍경화를 완성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교양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비추천 |
끝으로 EBS 홈페이지에 있는 밥로스의 34가지 사실 올리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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