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7. 23:08ㆍ영화 보는 중
일반적으로 최초 개봉 당시 극장에 걸리는 걸 극장판이라고 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극장판들은 제작비 회수 등의 어른의 사정으로 최대한 재밌게, 짧게 편집이 된다. 극장판은 보통 감독의 연출 의도는 최대한 배제 되기에 DVD 같은 2차 시장에서 좀 더 자유로운 편집본을 만드는데 이를 감독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감독판은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데, 15년 만에 감독판으로 재개봉하는 영화를 만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극장판과 감독판이 유독 차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상술한 제작사의 압박이라기 보단 감독 스스로 두 번 극장에 걸리게 하려는 의도로 유명하다. '킹덤 오브 헤븐'은 50분이나 차이가 난다. 그쯤 되면 같은 영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극장판은 언제 봤는지 뚜렷히 생각 안 난다. 기억하는 건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는 것, 집에서 17인지 굴곡 모니터와 허접한 스피커로 봤다는 것. 그리고 그런 환경이었는데도 꽤 재밌었다는 것. 특히 에드워트 노튼의 가면 속 연기는 15년이 지났는데도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었다.
스크린 크기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는 롯시의 슈퍼플렉스G는 감독판을 재관람하기에 옳은 환경이었다. 중세시대 3차 십자군 원정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기에 큰 화면 좋은 사운드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15년 만에 관람한 감독판의 감동을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좋았다. CG로 점철된 히어로물이 대세인 요즘, 아날로그 감성 돋는 필름의 질감은 남달랐다. 말 한 마리, 병사 한 명 스크린에 오롯이 살아있었다.
역사적으로도, 영화속에서도 허망하기 짝이 없는 십자군 전쟁은 단순히 전쟁의 통쾌한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 극 중 올랜도 블룸의 발리안은 전쟁에서 이기는 씬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권력에 초탈하고 중세시대에 백성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둔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예루살렘을 두고 수 천, 수 만의 생명을 걸고 하는 전쟁. 사라센의 술탄에게 발리안은 예루살렘은 뭘 의미하냐고 묻는다. 술탄은 가볍게 웃으며 말한다. <Nothing..... Everything.>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예루살렘을 두고 하는 100년이 넘는 허망한 십자군 전쟁을 압축하는 감독의 전언이다.
3시간 가까이 되는 런닝타임이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극장판 킹덤 오브 헤븐을 15년 전에 보고 가물가물한 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쟁쟁한 배우들(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제레미 아이언스, 올랜도 블룸)과 리들리 스콧 옹의 농익은 연출은 언제 봐도 명불허전이기에.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중세 시대 십자군 전쟁 영화 | ||||
추천 포인트 | 현장감 가득한 십자군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통쾌한 전쟁의 승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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